• 조선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 '시론'에 김연진 전 KBS 제작국장·한국 사이버대 교수가 쓴 'KBS 아침방송 이것이 문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NHK의 아침 방송은 산뜻한 드라마 '아침소설'과 주부들을 위한 풍부한 정보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아침소설'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시간대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훈훈한 홈드라마다. 여주인공은 매번 신인을 기용해 식상함을 불식시키고 방영 1년 전부터 사전제작을 하는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로 간 이후 주부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온갖 정보와 지식이 가득 찬 유용한 내용들이다. 정녕 공영방송다운 NHK의 변함없는 전통이다.

    자칭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공영방송이라는 현재의 KBS 아침방송은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남편과 아내의 외도, 출생의 비밀, 사랑의 배신과 복수, 가난과 한(恨)을 그린 불륜과 자극적 소재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의 책임은 1차적으로 방송사에 있다. 기획 때부터 '시놉시스(줄거리)'와 '구성안'을 방송윤리의 잣대로 철저히 스크린 해야 하는데 이를 안 한 결과다. 현실이 퇴폐와 물질만능인데 이 정도의 소재와 아이템은 다소 비판 받더라도 시청률 제고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자기변명이 앞서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작가와 PD의 그릇된 사고(思考)와 안이한 인식이 문제다. 연하남과의 사랑이나 첫사랑과의 재회가 결혼생활에 권태기를 느끼는 주부가 꿈꾸는 '판타지'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소재 역시 빈곤해 한정된 소재를 안이하게 반복하다 보니 '형제가 한 여자를 놓고 갈등하다가 기어이 무리한 결혼을 한 후 결국 파멸하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근친혼(近親婚)만 아니면 관계없다는 식이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사촌 자매가 사랑했던 남자를 주고받으며 사랑과 결혼에 매달리는 얽히고 설키는 진부한 스토리지만 마지막에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만 되면 이전 과정은 비윤리적으로 일관해도 괜찮다는 게 작가와 PD의 인식 수준이다.

    세 번째는 방송사 내부의 사전 심의 시스템이 겉치레이기 때문이다. KBS 아침드라마는 녹화물이라 사전심의가 충분히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사전에 시사를 하고 시정사항을 제작진에 통고해도 아랑곳 않고 방영한다. 그렇게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연주 사장이 부임한 이후 실시된 '팀' 제도가 불러온 오류다. 중간 간부진이 당연히 걸러야 할 책무, 즉 '게이트 키핑' 제도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방송위원회의 직무유기다. 모든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감시 통제해야 할 '방송위'는 문제가 심각한 아침방송 내용을 사후라도 심의 개선시켜야 하는데 이런 제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981년 한국 TV아침 드라마의 효시인 '은하수(KBS-1)'와 '포옹(MBC)'이 방영됐을 때 당시 정부는 아침부터 무슨 포옹이냐고 철퇴를 내린 일이 있다. 지금 아침 시간대의 TV는 해방구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공영방송조차 제멋대로도 보통 제멋대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