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4일 사설 'KBS 사장은 임기 내세울 자격 없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새 정부 출범 후 과거의 정권교체 때는 없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낙하산 코드 인사로 임명된 국공영 기업이나 단체의 장이 “임기를 지키겠다”며 물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 물러나거나 정권이 권력을 동원해 교체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임기제의 취지는 정치권력을 포함한 내·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라는 데 있다. 이 같은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들이 ‘임기제’를 방패로 삼는 것은 아이러니다. 정치적으로 편파적이고 경영 면에서 무능하며 도덕성에서 큰 흠이 있다면 임기제의 취지와 이를 통해 지키려는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는 게 바로 KBS 정연주 사장이다.

    그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다. 그는 권력의 힘으로 임명되었다. 전문성도 없었다. KBS가 지난 대선 때 BBK 주가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이명박 후보를 맹공격했던 게 누구의 작품인가. 그의 재임 5년간 회사의 누적 적자가 15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노조가 퇴진운동을 벌이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뿐 아니라 그는 지난달 노조 간부를 만난 자리에서 “퇴진 압력이 계속되면 회사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방만한 경영을 협박에 동원했다니 그 부도덕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같은 인물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바위처럼 임무를 수행하겠다”며 임기를 내세우고 있다.

    정연주 사장 같은 이가 버티고 있으면서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무조건 임기만 내세우며 정치 투쟁으로 몰고 간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한 인사라도 공정하고 능력 있게 임무를 수행했다면 임기 도중에 물러나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인물은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물러나야 마땅한 사람까지 임기를 내세우며 버티고 있는 한 다른 인사들까지 피해를 보게 생겼다. 코드 인사와 임기 준수의 갈등 핵심에 정 사장이 있다. 제일 먼저 사퇴해야 할 인물은 KBS 사장이다. 그가 사퇴해야 코드 인사 퇴진 논란도 올바른 방향으로 풀려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