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일본 NHK의 경우 회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 정연주 사장은 임기중 9차례 대국민 사과와 8차례 이사회 사과가 있었다. 그러나 말뿐이지 NHK 회장처럼 사퇴하는 용단을 보이지 않았다…무능 경영, 도덕적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

    국가 기간방송 KBS의 8일 임시 노사협의회 대화록 한 대목이다. 우리는 정연주 KBS 사장이 임기제를 방패삼아 버텨오면서 그의 리더십이 공사 내부에서도 근저부터 의심사왔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그의 경영능력과 도덕성이 크게 문제시돼온 정황을 되새기며, 정 사장이 지난주 팀장급 이상 임직원에게 “물러날 뜻이 없으니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니 그의 ‘자리 집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주시한다.

    정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 인사’ 그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왔다. 첫 임명 당시도 그랬지만 2006년 11월 연임 첫 출근 날 노조의 저지로 주차장 출구를 통한 ‘역주행’에서 2월 “퇴진 압력이 계속되면 회사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는 언급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 어느 면에서도 국가 기간방송의 리더다운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18일 ‘정연주가 죽어야 KBS가 산다’라는 험악한 표현의 성명까지 낸 노조가 10일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본격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정 사장이 임기제를 앞세우는 행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그를 내버려둬 ‘진보의 실체’가 무엇이며, 공영방송이 왜 개혁돼야 하는지를 두고두고 되새기자는 역설적 주장까지 회자될 것인가. 휘하 직원 80%이상으로부터 “KBS 미래를 이끌어 나갈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사퇴일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것이 오욕의 무게를 그나마 얼마간이라도 줄이는 길임을 장본인 스스로만 모르는 체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