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밖에서 뵐 때는 다 학술적으로 토론하는 분들인데 이 안에서는 당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15일 미디어국민발전위원회(미디어위) 전체회의에서 한 차례 발언도 하지 않던 정완 위원(한나라당 추천)이 처음 한 말이다. 지난 3월 여야 3개 교섭단체 합의로 만들어진 미디어위의 활동시한은 이제 한달이 남았다. 100일이란 시간이 주어졌고 활동 마감 시한은 내달 15일까지다.

    70일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미디어위에 대한 위원들 스스로의 평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도 총 420분, 7시간 가량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이런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한나라당 추천위원 반대로 미디어법에 대한 여론조사는 안한다'는 것이었다.

    출발부터 이 기구의 성격을 두고 논란을 벌였으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지만 미디어위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지금껏 활동은 너무 초라하다.

    이날 논쟁 핵심은 '여론조사 실시' 여부였다. 여야 추천위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라 결국 양측이 장시간 동안 주고받은 대화는 같은 발언의 반복이었다. 아무런 진전없이 장시간 공방만 지속되는 상황이 스스로도 짜증났는지 선진과 창조의 모임 추천으로 참여한 문재완 위원은 "우리가 3월에 합의된(3월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소속 3개 교섭단체 간사 합의사항) 이야기를 다시 확인하는 것 이외에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합의된 게 없는데 남은 30일 동안 이걸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솔직히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털어놨다.

    여당 측 추천위원인 김우룡 공동위원장의 권유로 마이크를 잡은 정완 위원은 결국 위원들을 향해 "다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안타깝다"고 개탄한 뒤 "(지금이라도) 당파적 편견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이후에도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공방만 지속되자 "여야가 평행선만 유지하다 끝내면 100일은 의미가 없다. 각자 견해차가 있지만 그것을 좁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지금 우리는 뭘 하고 있느냐'면서 "단 한 가지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는 대안을 얘기해주기 바란다"(민주당 추천 강혜란 위원)는 요구까지 나왔다.

    장시간 공방 끝에 도출된 결론이 '한나라당 추천위원 반대로 미디어법에 대한 여론조사는 안한다'로 나자 여야 위원들 모두 '기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청회를 포함, 총 7시간여 동안 회의를 했지만 미디어발전을 위해 이들이 찾은 해법은 단 한가지도 없었고 양측 이견은 어느 것도 좁혀지지 않은 채 끝났다.

    결국 회의가 끝난 뒤 양측 모두 이런 상황을 상대방 탓으로 돌렸다. 여당 측 위원이 "우리가 제안한 실태조사(보고서 작성시 참고자료로 사용할 일반 국민들의 언론이용실태조사)는 거부한 그쪽에서 거부한 거에요"라고 하자 야당 측 위원은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들은 회의장 밖에 나가서도 "여론조사 하려고 (미디어위) 만들었어? 그럴거면 아예 여론조사 기관에 맡기지", "국민위원회인데 국민 의견을 묻지 않는게 말이 돼?", "난 (미디어위) 안 할 거야" 등의 발언을 주고 받으며 감정 싸움을 벌였고 결국 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은 "한나라당 측이 여론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디어위 참여여부를 심각히 고민하겠다"고 경고해 위원회 활동 지속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