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외화유동성 위기가 1년도 못돼 사실상 끝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 회복 신호가 뚜렷한데다 주식 시장 상승과 환율 안정,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화보유액 급증으로 외화 유동성이 금융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해 향후 대형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위기가 재발할 우려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최근 모든 외환 및 경기 지표를 봐도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특히 외환 시장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급속히 안정되고 있어 현재로선 외환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9월 이후 외환 시장이 요동칠 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금융 위기가 발발한 지 1년도 안돼 외화 유동성 문제가 사실상 해결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정부는 외환시장과 외화자금 시장에서 자금 부족 현상이 해결됐으며, 은행과 기업들 또한 달러 확보에 여유가 생겨 향후 달러 유동성 때문에 한국 경제가 더는 흔들릴 일이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기업들의 외화 자금 확보 또한 자체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에 기인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전날보다 4.40원 내린 1,218.00원을 기록해 작년 10월 14일(1208.0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면서 1천1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 상승이 너무 빠르다면서 오히려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만기5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0월 27일 699bp(100bp=1%포인트)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7월 31일에는 126bp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00~120bp대로 회복했다.

    CDS 프리미엄은 6월 말 184bp를 기록한 이래 7월 21일 155bp, 22일 149bp, 23일 141bp, 24일 140bp, 27일 138bp, 28일 131bp, 29일 136bp, 30일 127bp, 31일 126bp로 거의 매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울 정도다.

    CDS 프리미엄은 신용파생거래의 수수료로 기업들의 파산보험에 대한 보험료를 의미한다. 즉 이 가산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한국의 신용위험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외평채 가산금리 또한 지난해 9월12일 180bp에서 지난해 10월29일 622bp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 7월 말 225bp까지 떨어졌다. 이는 작년 9월 금융위기 이전인 190bp대에 근접하는 수치다.

    정부가 외화 유동성 회수에 적극 나선 것도 외화유동성 문제가 종료됐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시중에 외화자금이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140억 달러 한도에서 외평기금으로 공급한 외화유동성을 이달 말까지 모두 회수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외화보유액을 통해 공급했던 외화를 대부분 회수했으며 미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공급한 달러도 거둬들이고 있다.

    아울러 7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은 2천375억1천만 달러로 5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작년 9월 말의 2천396억7천만 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이어지고 있어 외화 유동성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단기 외채 잔액이 1천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최근 달러화 유동성이 좋아지자 이자가 싼 단기성 외채를 늘리는 예전의 행태를 재연하고 있다는 점은 외환당국의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