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토 다카토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16일 국제공조가 이뤄진다면 세계경제가 반짝 회복했다 다시 침체기를 맞는 이른바 `더블딥'을 피할 수 있고, 출구전략 시기는 국가별로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동아시아 경제가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지속 가능성에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가토 부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와 한국국제금융학회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달 미국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경제정책의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더블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위기로부터의 회복이 천천히,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 시기와 관련해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가 동시에 확장적 정책을 폈지만 회복은 나라별로 다르다"며 "회복이 빠른 나라도, 느린 나라도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의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확대 재정정책을 중단시키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밝힌 뒤 "통화정책에서 완화기조를 끝내는데 따르는 리스크가 완화정책을 시행할 때보다 더 크다"고 언급, 통화정책의 출구전략 시행시 상당한 위험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도 한국이 3.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한 뒤 "민간소비와 투자가 회복될 것인지, 이것이 지속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한국은 일본에 비해 민간소비 회복이 더 강하게 진행되고 있어 비교적 괜찮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동아시아 경제가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으나 지속되긴 쉽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최근 세계경제 회복세가 재고조정에 의한 것이어서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 ▲동아시아의 빠른 경기회복이 대규모 재정지출에 기인하기 때문에 계속 가능성에 의문이 있다는 점 ▲급격한 환율인상의 효과가 수출증대로 이어졌으나 환율인상이 계속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가토 부총재는 이어 소비를 줄이고 있는 미국에 계속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동아시아는 중장기적으로 수출 위주 성장전략을 내수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에 대해 "저축률이 낮고 인구도 고령화돼 있어서 비교역재 부문의 성장과 서비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고, 중국에 대해서는 "사회연금제도를 개선해 소비를 증대시키고 환율도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시 동아시아가 금융규제와 감독의 부족한 상황에서 자본 유출, 수출 감소, 내수 위축까지 맞물리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위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에서 많은 돈을 빌려 국내에 대출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많았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이런 비중이 높은 데다 단기자본을 위주로 빌려오기 때문에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역외 시장, 금융혁신 등으로 인한 불충분한 규제도 위기의 원인이 됐다"며 "최근 한국이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켜 금융 부문의 규제를 완화한 것은 좋은 조치이나 필요한 부문에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