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공동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하는 제2회 기업가정신 국제 콘퍼런스가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장수기업의 육성'을 주제로 한 이번 콘퍼런스에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을 비롯해 경제원로들과 국내외 석학 및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경제원로의 제언'을 맡은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한국이 세계 12~13위의 경제대국으로 비약한 원동력은 기업가 정신에 있다"며 "옛날 기업인들이 맨주먹으로 해외에 나가 오징어와 가발, 김, 돼지털의 판로를 개척했고 이어서 철광석, 주석, 텅스텐 등의 천연자원을 수출한 것이 수출 한국의 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가 직면한 근본 과제는 수출산업에서 중국이 채우지 못하는 `틈새'를 공략하고, 기술면에서 언제나 중국보다 앞서고, 동남아, 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사분규, 사회질서의 동요, 반기업 정서 등의 문제들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노조의 강성투쟁이 점차 진정되고 있지만, 적대적 투쟁은 공멸의 길이고 화합과 협력은 상생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남 전 총리는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게임의 룰을 만드는 위치에 있다"며 "게임의 룰을 보장하는 법치주의가 불투명하면 기업은 믿을 곳이 없고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의 '반(反)기업정서'에 대해 그는 "99%의 기업은 생산과 고용, 소득을 창출하는 주체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들의 사회적 기능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신뢰하는 국민정서가 지배할 때 우리 경제는 계속 발전해 모두가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장수 제조기업인 동화약품의 윤도준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신뢰는 기업의 생명"이라며 "100년 전에도, 100년 후에도 가치의 중심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요나 인센티브가 아니라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을 뜻하는 '넛지(Nudge)' 개념을 주창해 유명해진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가들은 사회적 선택의 중요한 설계자"라며 "넛지 방식의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불황을 모르는 1등 기업의 숨겨진 경영원칙'의 저자인 키스 맥팔랜드와 라오스의 최대 민간기업으로 성장한 코라오그룹의 오세영 회장이 주제발표를 했고, 벤처 1세대인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및 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토론에 참가했다. 황 교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한국, 일본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문화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콘퍼런스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서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정부는 기업가 정신을 북돋는 토양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기업인들도 젊은이들이 비전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창업 등을 통해 미래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