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뢰 스크루 파편에 한글 표기가 있었다는 전날 보도는 '오보'가 아닌 사실이었다.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19일자 지면을 통해 "민군합동조사단이 해저에서 수거한 어뢰 스크루 파편의 일련번호를 판독한 결과 북한에서 쓰는 한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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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용 민군합동조사단장이 20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노컷뉴스 등 일부매체는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북한 글씨체의 일련번호는 있으나 한글은 없다"며 관련 보도가 오보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발맞춰 진보계열의 사이트들도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섣불리 북한 측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기사에는 전쟁을 도발하려는 극우 세력의 저의가 깔려 있다"는 노골적인 주장을 퍼붓기 시작했다.

    급기야 일부 네티즌은 한글 표기 기사를 게재한 다수의 언론 사이트에 들어가 "한글 표기는 오보다" "당장 기사를 내려라"는 식으로 편집국을 압박하며 북한군의 소행을 짐작케 하는 기사에 반박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처럼 천암함 침몰이 북한군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어뢰 한글표기 여부에 대해 국방부와 언론이 이견차를 보임에 따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천안함 조사 발표 직전까지 음모론과 사건 은폐설이 나도는 등 혼돈 상황은 계속됐다.

    하지만 20일 오전 10시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추진부 안쪽에서 ‘1번’이라는 한글표기를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한글 표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한순간에 종식됐다.

    더욱이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북한산 무기소개책자에 기록된 CHT-02D 어뢰의 설계 도면과 일치한다"는 정확한 정황 증거까지 제시됐다.

    이처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측의 소행임이 확인됨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겉으론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속으론 '북한 어뢰'라는 심증을 굳혔다"는 비판적 사설 등을 통해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해 온 한겨레신문도 "천안함 침몰원인은 북한에서 제조한 250kg 고성능 어뢰"라는 기사를 전면에 게재하며 사실 보도에 힘쓰는 모습이다.

    한겨레는 19일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수뇌부들에게 천안함 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하며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을 비판, 헤드라인을 통해 "국민들보다 해외 수장들을 먼저 챙기고 있다"는 일침을 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