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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에서 만난 정빈영 영상디자인 팀장의 표정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제 57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PR부문 ‘은상’을 수상한 사람치곤 너무 담담했다.
이는 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기 때문. 정 팀장은 “PR부문 수상작 발표와 시상식이 월요일 밤에 치러졌는데 그 때 막 칸에 도착해 호텔에서 정신없이 짐을 풀고 있었다. 사실 상을 탈꺼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라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 팀장이 네이버의 ‘한글 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이 은상을 수상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다. “처음엔 당연히 안된 줄 알고 있다가 별 생각 없이 수상작 명단을 살펴봤다. 근데 우리 이름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 이런 게 대박이구나 싶었다.”
“누구 한명의 생각 아닌 우리의 작품”
NHN 영상디자인 팀장 정빈영 ⓒ 뉴데일리 정빈영 팀장은 "이 캠페인 아이디어의 시작은 NHN CMD본부의 조수용 본부장"이었다며
"이후의 제작, 진행과정은 누구 한 명의 아이디어가 아닌 모두의 생각이 결집된 것" 이라고 밝혔다.이어 “실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말 글꼴이 몇 개 안된다는 현실에 착안해 외부 업체에 의뢰, 글꼴을 디자인하게 됐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한글 캠페인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총 240만1231명이 이 서체를 다운받아 상점의 간판이나 모바일 사용자 환경(UI), TV 광고, 책 표지 등에 사용했고 개인 사용자들은 인터넷 브라우저의 글씨체로도 이용하기도 했다.
광고주=에이전시, 소통문 ‘활짝’
이 캠페인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광고주와 에이전시가 일치했다. 즉, 네이버를 위한 광고를 네이버가 만든 셈이다. 보통은 대형 에이전시에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으나 네이버는 사내에 크리에이티브한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는 CMD(Creative Marketing & Design)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CMD의 팀장급 직원들은 끊임없이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눈다. 정 팀장은 CMD에서 마케팅과 관련된 프로모션 영상 제작, 브랜딩, 캠페인 영상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의 고민이 칸 국제광고제의 은상을 빚어낸 셈이다.
(오른쪽)'한글 한글 아름답게'가 칸 국제광고제 PR부문 은상에 올라 전시되고 있다. ⓒ 뉴데일리 정빈영 팀장은 “이번 칸 국제광고제는 회사 차원에서도 첫 출품작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총 14의 작품을 출품해 은상을 차지한 것은 정말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고 겸손해 했다.
네이버는 이번 칸 국제광고제에 '한글 한글 아름답게', '해피에너지', '지식인의 서재', '어둠속의 대화' 등 총 네편의 작품을 사이버, 미디어, 프로모, 티타늄, 디자인, PR 등 6부문에 중복 출품했다.
미디어 부문의 한글 폰트 디자인이 본선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안타깝게 실패했다.
정 팀장은 “인터넷 공간에서 매일 마주하는 한글이 아름답게 사용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이 캠페인”이라고 말한다.
한글날에만 반짝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단발성 광고와는 달리 네이버의 한글 캠페인은 지금도 인터넷 공간을 비롯해 거리의 간판, 휴대전화 자판 등 수백만 명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