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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초임 평균 3천만 원” 보는 사람들 반응
2030세대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잘못된 정보 중 하나가 ‘대졸초임’ 관련 보도다. 현실과 동떨어진 보도에 대한 언론들의 반성 이후 ‘대기업 대졸초임’ ‘중소기업 대졸초임’ 등으로 바르게 표기하는 언론들이 크게 늘었으나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잘못된 연봉정보를 유통시키고 있어 문제다.
이런 언론들이 인용하는 자료들은 보통 경제단체나 국내 취업정보 사이트 또는 연봉비교 사이트 등이 제공한 것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자료들을 연도별로 찾아보면 지난 5년 간 대졸초임 연봉은 ‘3천만 원’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면 2030세대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희망에 부풀거나 만족하는 쪽, 다른 하나는 한숨만 쉬는 쪽이다. 전자는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대학생이나 중고교생들과 대학 졸업예정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 또는 발표되는 연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중소기업 경영인과 ‘평범한’ 직장인, 그리고 대학 졸업예정자들과 고졸 취업자들이다.
전자는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겪은 경험을 되살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교생 시절,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대학만 졸업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때가 있는 편이다.
특히 ‘그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하려면 어떤 공부를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른 채 막연히 큰 제조업체나 무역회사, 금융기업, 외국계 기업 등 ‘연봉 높은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멋을 부리며 살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사람이 많다.
부모 세대들의 기대치도 별반 차이가 없다. 없는 돈에 자식 대학교육까지 시켜놨으니 이제는 남의 집 부모들이 모임 때마다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 자식도 돈 잘 벌고, 잘 살 것이라 기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명문대학’에 자식을 보낸 지방의 부모들이 갖는 기대는 특별한 수준이다.
후자의 경우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게 된다. 기업인들은 연봉 자료가 나오면 ‘올해 회사 사정도 좋지 않은 데, 손이 모자라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저 연봉의 몇 %까지 제안할 수 있을까, 저 연봉의 ○○% 수준이면 몇 명을 채용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게 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도 힘들어진다. ‘우리 회사가 영세기업도 아니고, 나는 하루에 13시간 일해도 3년 째 월급 200만 원 남짓인데, 대체 저 대졸초임은 어느 회사 이야기일까, 회사 그만두고 다시 취업공부를 할까’ 등 복잡한 생각과 함께 답답함을 느낀다.
대학 졸업예정자들도 허탈해 진다. 소위 ‘서울지역 내 상위권 대학’ 출신이 아닐 경우, 주변의 친구 태반은 취업을 못하고 있다. 취업을 했다는 친구들의 월급은 200만 원이 평균이다. 집안이 넉넉한 친구들은 창업이다 뭐다 다른 시도라도 해보지만, 돈 없는 이들은 공무원 시험이나 ‘스펙’을 높이기 위한 각종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예정자들보다 더 힘든 이들이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한 이들이다. 젊은 세대의 80%가 대학에 입학하는 세상에서 가정형편 또는 성적 등의 이유로 진학을 포기한 이들은 취업전선으로 바로 직행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들을 반겨주는 ‘좋은 일자리’는 없다.
대부분은 처음 ‘시급직’에 취직한다. 한 시간 당 100원 더 받는 곳을 찾는 것, 그게 그들의 현실적인 취업 노력이다. 일부 공업계열 고교 출신은 영세한 제조업체로 간다. 하지만 이들이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해 버는 돈은 월 150만 원 내외. 좌파세력과 노조, 자칭 인권단체의 비호를 받는 불법 체류자들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다. 여기다 자신보다 돈도 훨씬 더 많이 벌고, 더 배웠고 더 건강한데도 서른이 넘도록 군대에는 가지 않는, 그 잘난 ‘환자’ 들까지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는 말을 한다.
‘대졸신입연봉 3000만 원’…상위 0.3% 기업의 대졸초임
그런데 많은 언론이 ‘대졸초임 3000만 원’의 실상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졸초임 3000만 원’이라는 자료를 내놓은 취업정보 사이트의 보도 자료나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사 표본을 알 수 있다. 대부분 매출액 기준 상위 1000대 기업이다.
그렇다면 1000대 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의 인구는 약 5000만 명, 이 중 봉급생활자의 숫자는 2007년 말 기준으로 약 1337만 명이다. 2007년 말 대한상공회의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상위 1000대 기업 근로자의 숫자는 143만7293명(약 11%)다.
기업 수로 계산해 보면 1000대 기업은 극소수다. 주요 기업 데이터베이스들은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전체 기업의 숫자는 대략 30만 개로 추정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취업정보 사이트들이 조사 대상으로 삼는 국내 1000대 기업은 상위 0.3%의 실적을 내는 대기업이다.
드러난 외형도 그렇다. 1000대 기업의 평균 근로자 수는 1437명, 평균 매출액은 1조1920억 원, 순이익은 799억 원이다. <매일경제>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2008년 상위 1000위 기업의 매출액도 2천100억 원을 넘길 정도로 큰 규모다.
대졸자들이 이런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 대기업들이 과연 매년마다 어느 정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느냐, 설령 채용한다 해도 대졸 예정자와 대졸 미취업자를 모두 채용할 여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실제 1000대 기업 중 매년 절반 정도만이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 그 인원을 다 합쳐도 5~8만 명 내외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 대졸자는 매년 50만 명 수준. 대졸 미취업자를 합치면 ‘산업 예비군’은 8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10% 미만의 소수만이 ‘1000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제조업체 생산직에 도전하는 고졸 취업자까지 포함하면 그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여기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굴지의 대기업조차도 ‘3000만 원’보다 낮은 연봉을 지급하는 곳이 많다. 그럼에도 ‘대졸초임 3000만 원’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 졸업하면 받아야할 최소한의 연봉’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달라지는 언론 보도…아직은 부족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탓인지 2010년 들어 언론사들은 대졸초임에 대한 보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7월 초 한 취업정보사이트가 213곳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 자사 사이트에 오른 12만1463건의 취업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비교해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나온 대기업 초임은 3193만 원, 반면 중소기업의 초임은 1871만 원이었다. 이 같은 보도는 그동안 ‘대졸초임 3000만 원’이라는 정보만 접하던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또 다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봉 차 1322만 원’이라는 식의 제목으로 사람들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이만 부각시켰다.
이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는 2030세대들이 취업준비와 일상생활로 뉴스를 자주 검색하지 않고, 뉴스 내용 또한 대충 훑어보는 세태로 미루어 제목만 보고선 ‘역시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스펙을 높이자’는 결론으로 귀결될 우려가 높다. 여기다 주요 취업정보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구인 기업의 다수가 수도권이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이 또한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취업정보사이트와 주요 경제단체의 자료를 보도하는 언론, 이를 기준으로 각종 정책을 만드는 정치권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2030세대들의 언론과 정부,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더욱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