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기 외계인과 전쟁에 '입대'를 권유하는 XBOX 헤일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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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면은 기묘하다. 무슨 장면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장면이 클로즈업 되면서 관처럼 보이는 물건을 볼 수 있다. 그 위에 계급과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우리 식으로 하면 중사 쯤 되는 계급이다. 누군가 전투 중에 전사한 모양이다.

    눈물을 애써 참으며 눈을 부릅뜬 소년의 얼굴에는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아마 고인은 소년의 아버지나 형인 모양이다. 소년은 슬퍼 보이기보다는 분노한 것처럼 보인다. 분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다.

    소년은 복수를 다짐한 모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외계인에 직접 맞서 싸우기로 한다. 사랑스러운 금발 머리를 밀어버리고 남자가 된 소년은 ODST로 입대한다.

    Orbital Drop Shock Trooper,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지구방위사령관 해병대 중에서도 최고 엘리트 군대이다.

    훈련을 마친 호년은 거구의 외계인에 맞서 싸우고, 전투 중에 또 다른 공포와 죽음을 목격한다. 하지만 이제는 떨지 않는다. 시신을 수습한 소년은 또 다시 헬멧을 쓰고 곧장 또 싸우러 간다.

    ODST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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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묻는다. 쏘고, 찌르고, 죽이는 일이 뭐가 좋아서 그렇게 반복하느냐고. 게임을 해본 사람이 대답하겠다. 인류의 역사가 그랬다고.

    원시시대의 삶은 곧 싸움이었다.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굶지 않기 위해 자연 속의 동물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감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다른 동물들은 인간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제 서로를 적으로 삼아 싸우기 시작했다. 영토를 넓히기 위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그런데 이제는 싸울 수가 없다. 아직 세계 곳곳에서 영토나 인종, 종교 등의 문제로 싸우고 있긴 하지만 전처럼 대놓고 싸우기가 힘들다. 오랫동안 싸움을 거듭하면서 싸움을 막는 장치가 점점 더 정교하게 만들어져 사람들의 행동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에게는 여전히 싸움의 본능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21세기에 영토, 인종, 종교 문제로 싸우자니 참으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치사한 행동으로 느껴진다. 이럴 때 가장 만만한 가상의 적은, 외계인이다.

    수많은 컴퓨터 게임들이 외계인을 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XBOX 헤일로 시리즈에서도 적은 무시무시한 외계인이다.

    외계인은 강하고, 지구인은 치열하다.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청년들의 피가 - 시간이 - 절실하다. XBOX 헤일로(Halo) 시리즈 광고는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에게 같이 싸우자고 이렇게 권한다.

     

    ‘뛰어들라(Jump In)’

     

    하지만 잘못 뛰어들었다가는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느라 학점이나 일상생활을 다 포기해야할 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