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프리퀀시 가습기 전량 자발적 리콜보상액만 약 120억원 달해법적 책임·인과관계 따지기 전 고객 안전 우선 선택
  • ▲ 스타벅스 코리아는 2월2일부터 2025년도 겨울 e-프리퀀시 행사 증정품으로 제공한 가습기 2종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스타벅스 코리아
    ▲ 스타벅스 코리아는 2월2일부터 2025년도 겨울 e-프리퀀시 행사 증정품으로 제공한 가습기 2종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스타벅스 코리아
    기업에게 있어 위기 대응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다. 책임을 따질 것인가, 신뢰를 지킬 것인가.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번 e-프리퀀시 가습기 리콜 국면에서 주저 없이 후자를 택했다.

    스타벅스가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가습기는 약 39만3548개. 숫자만 보면 대규모 사태처럼 보이지만, 실제 화재 신고는 1건이었다. 사고가 확산되거나 피해가 누적된 이후의 ‘불가피한 리콜’이 아니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판단이었다는 점에서 이 선택은 더 눈에 띈다.

    해당 제품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른 KC 인증 배터리를 사용한 제품이었다. 

    법적·제도적으로는 한발 물러설 여지도 충분했다. 공급사인 한일전기와 공동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점 역시 방패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런 조건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책임 소재와 인과관계를 가리기 전에, 고객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먼저 던졌다.

    결정의 무게는 비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량 회수와 3만원 모바일 카드 보상에 들어가는 금액은 약 120억원. 통상적인 기업 대응이라면 제조사 과실 여부가 정리될 때까지 시간을 벌거나,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원인 조사와 보상을 분리했다. 책임 규명은 차분히 진행하되, 고객 불안과 불편은 즉시 해소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보상 방식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앱을 통한 택배 회수, 별도의 입증 절차 없는 일괄 보상. 소비자가 번거로울수록 기업의 책임은 옅어진다. 스타벅스는 그 반대의 길을 택했다. 보상은 조건이 아니라 절차였고, 선택지가 아니라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번 대응의 핵심은 ‘누구 책임이냐’가 아니라 ‘누가 책임질 거냐’였다. 

    소비자에게 제품 결함의 법적 귀속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브랜드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는 오래 남는다. 스타벅스는 이번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를 외부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를 최종 책임자로 설정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120억원은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니다. 사고 신고가 1건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계산기부터 꺼내 들지 않았다. 시간을 벌 수도 있었고, 책임의 범위를 좁힐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대응에서 눈에 띄는 건 ‘속도’다. 원인 규명은 진행 중이지만, 리콜과 보상은 기다리지 않았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불안한 순간에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결국 기억에 남는다. 스타벅스는 그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결국 이번 리콜은 사고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정한 순간으로 평가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