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미국의 대형방산기업 레이시온社는 일명 ‘입는 로봇’으로 불리는, ‘외골격형 강화복 2세대 타입(Powered Exo-Skeleton. 이하 XOS 2)’을 공개했다. 레이시온社는 “2세대 XOS는 1세대에 비해 훨씬 가볍고, 강하며 빨라졌다. 또 전력 소비량도 50%나 줄었으며 다양한 환경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이 소식을 전하며 ‘신기한 물건’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SF영화나 밀리터리 부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엑조스켈레톤(XOS)’이라는 단어를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외골격’이라고도 부르는 이 XOS는 쉽게 말하자면 ‘입는 로봇’이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와도 비슷하다.
-
XOS 2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섀시(뼈대)와 신체의 압력 등을 감지하는 각종 센서, 모터, 제어장치로 이뤄져 있다. 이 XOS 2를 착용하면 자신의 근력보다 20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 즉 25kg을 들 수 있는 사람이면 500kg짜리 물건을 거뜬히 들 수 있게 된다. 효율을 더 높이면 자동차를 집어 던질 수도 있다.
반면 아주 섬세한 힘 조절도 가능하다. 달걀도 쥘 수 있으며, 버튼 조작도 가능하다. 여기다 방탄 소재를 두르면 영화 ‘매트릭스 레볼루션’에 나오는 APU나 ‘에어리언 2’에 나오는 로봇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한 미국이 XOS를 30년 넘게 개발 중이지만 아직도 실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조차 XOS 개발에 애를 먹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에너지 문제다. 현재 XOS는 록히드마틴社, 레이시온社 등 유수의 무기업체들이 개발 중이다. 이들이 개발 중인 XOS는 모두 전기로 움직인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을 사용할 경우에는 연료와 내연기관 때문에 사람이 ‘입을 수 없는’ 무기가 돼버린다. 때문에 XOS는 테스트 때는 전력공급선을 연결해야 한다. 한 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 전지 탑재도 고려했지만 착용자의 안전성과 소형화 문제로 개념연구에서 그쳤다.
이런 XOS 연구에 희망이 생긴 건 온난화 현상과 오일 피크(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을 찍은 뒤 하강세로 접어들어 결국 고갈된다는 뜻) 우려 때문에 2차 전지 개발이 가속화되면서부터. 지난 10년 사이 2차 전지는 니켈-카드뮴 전지에서 리튬 이온 전지로, 리튬 폴리머 전지로 급격히 발전하는 중이다.
덕분에 XOS 개발 또한 활기를 얻었다. 최신형 리튬 폴리머 전지는 레이어 형태로 제작이 가능해 다른 에너지에 비해 비교적 적은 무게로도 상당한 수준의 전력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중인 전지 기술들 또한 이 XOS의 실용화에 희망을 주고 있다.
-
미국에서 개발 중인 2차 전지는 분자구조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기존 전지보다 효율성은 수십 배 좋은 반면 충전 시간은 10분 정도에 불과하다. 일부 전기차에 적용되는 美알테어나노社의 고속충전기술보다 효율성이 더 뛰어나다는 평도 있다. 또한 전 세계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개발 중인 ‘고체연료전지’는 기존의 액체연료전지와 같은 위험은 없는 반면 효율성은 리튬 폴리머 전지보다 수십 배 이상 좋다. 게다가 리튬과 같은 희토류도 필요하지 않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전지들은 5~10년 내 실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군과 레이시온社는 XOS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0년 이내에 신형 전지가 나오면 XOS가 실용화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군사 분야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