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실상부한 명품 대한민국 만들기
    - ‘살기 좋은 국가’ 건설을 위한 실체 개선

    <젊은이 발언/한국선진화포럼 10월 주제 ‘대한민국 국가위상과 국가브랜드 제고’>

    정슬기 (선진화홍보대사6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3)

      학교 내에서 함께 수학하는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1:1 매칭이 되어 그들의 한국 생활에의 적응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한지도 곧 3달이 되어간다. 그들에게는 내가 대한민국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임하게 된 이 활동에서 가장 보람차고, 뿌듯할 때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때이다. “Korea is a good place to live in. I want to live here forever.” 과연 그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국가’일까. 외국인의 눈에 ‘살기 좋은 국가’로 비춰진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과연 한국을 ‘살기 좋은 국가’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시작으로 한류 열풍, 김연아 신드롬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알게 되었지만, 이에 만족하여 안주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강소국, 그리고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국가 자체의 발전과 성장 이외에도 세계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은 수준으로 고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을 알리는 것이 아닌, ‘살기 좋은 국가, 살고 싶은 국가’ 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다음달 11-12일에 서울에서 열리게 될 G20 정상회의는 한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개최한다는 점에서도, 그 동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던 의제들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이번 회의가 가져올 홍보 효과는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홍보의 결과 세계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과연 긍정적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혹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덕에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연 한국을 정말 살기 좋은 국가라 생각할 수 있을 지에 관한 것이다. 긍정적인 브랜드 가치를 개발하고, 그러한 이미지의 고양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지와 실체 간 간극을 줄이고 ‘정말 살기 좋은 나라’ 가 될 수 있도록 실체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실체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선진화포럼 제 49차 월례토론회에서 논의한 바처럼, 학교/병원 등의 생활인프라, 녹색생태 인프라 등의 개선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 안정, 국제 사회 기여 등의 정책/제도적 개선,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국민성의 함양 등이 현 시점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중 가장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은 ‘국민성의 함양’ 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관광지 개발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한국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한국인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비추어지는지가, 한국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서양인들에게는 호의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에게는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서는, 제 때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그들의 불법 체류 신분을 들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주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이 아내를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다룬다는 뉴스는 이제는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다. 우리가 행하는 외국인 차별은 선진국 시민의 모습이 아님을 기억하고, 출신국, 인종, 피부색 등의 외형적인 조건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민들을 염두에 둔 실체 개선 또한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유행어가 나올 만큼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에서부터, 학연•지연 등으로 인한 갈등, 소모적인 논쟁만을 일삼는 정치권,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성폭력, 살인 등의 범죄문제까지 한국은 여러모로 큰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사회는 ‘살기 좋은 나라’라기 보다는 ‘기회만 된다면 떠나야 할 국가’로 인식될 여지가 많고 결국 한국의 홍보에 부정적 영향만을 줄 뿐이다.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자랑스럽다고 느낄 때, 한국의 홍보 효과가 극대화되며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선적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정의가 바로 선 한국 사회의 건설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한국이 '살기 좋은 국가'로서 국민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게 될 때에야, 정부가 추진하는 브랜드 가치 고양 정책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으로 인해 그 추진이 수월해질 수 있다. 국가브랜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 독일, 프랑스,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5개 국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로 '국민적 공감대'를 꼽을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바야흐로 국가 간 경계가 무너지고 세계화 시대가 도래했다.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품격의 브랜드 가치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 알리기’ 홍보에 앞장서야 한다. 다만 실체의 개선이 없이 이미지가 고평가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브랜드 가치, 그 자체에도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가로 재탄생하게 될 때,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국가 브랜드 고양 정책은 빛을 발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국민성을 함양하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한국 사회가 재정비 될 때 한국은 ‘살기 좋은 국가’ 대한민국으로 국민, 외국인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