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기관마다 편차 큰 예측 결과...신뢰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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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개막한 G20 정상회의의 예상 경제효과가 21조원에서 최대 4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련기관들의 보고서에 대해 근거없는 장미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삼성경제연구소는 G20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됐을 경우 최소 21조5576억원에서 최대 24조6395억원에 달하는 직.간접경제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불과 이틀간 열리는 정상회의의 경제효과가 쏘나타 자동차 100만대,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65척을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경제효과를 낸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계량화된 경제적 가치는 빙산의 일각으로 국민의 자긍심 고취, 기업의 미래성장동력 확충 등 측정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는 유형의 가치를 크게 능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7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직접적인 효과 2667억원과 간접적인 효과 31조80억원 등 총31조2747억원으로 예측했고, 이로 인한 취업유발 효과는 16만5000여명으로 예상했다. 수출확대 효과만 약 20조원으로 전망했고, 이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1인당 384달러씩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효과에는 세계 20개국 정상들과 장관, 각 국제기구 관계자와 수행원 등 최대 1만5천여 명의 예상 방문객 규모와 이들이 1인당 346만원씩 총 523억원을 쓴다는 소비지출환산액, 여기에 이들의 지출에 따른 생산.부가가치 등 부대효과를 합친 산업연관 효과 969억원과 국내기업들의 광고비 절감효과 1698억원 등이 더해졌다.

    하지만 한달 뒤 내놓은 같은 기관의 G20 경제효과는 무려 '450조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7일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본부는 국제무역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인용, G20 정상회의로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450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GDP(1천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발 이후 G20 정상회의를 통한 국제공조 성공은 국제공조가 실패한 경우와 비교할 때 국내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450조8000억원이고, 고용은 약 242만 명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G20 국제공조가 없었더라면 제 2의 대공황이 발생,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5~10%까지 상승하는 등 경기 침체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의 가정 하에서다.

    이번 G20정상회의에서 국제공조에 성공한다면 45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근거다.

    하지만 450조원이라는 계산은 유형의 가치 외에 국민 자긍심이나 기업의 미래성장 동력 확충 등이 더해진 수치다. 게다가 대공황과 금융위기를 동일선상에 놓고 경제효과를 산출해 그대로 대입하는 것 역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또 국내 고용 유발 효과가 없고, 적은 방문객 수에다 기간도 짧은 G20 정상회의에서 대규모 경제효과가 발생할 리가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사기관마다 수십 조에서 수백 조 원을 오가는 경제효과 수치 역시 신뢰하기 힘들다. 9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직접적인 효과는 1천억에서 3천억 정도 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 액수는 기업의 홍보효과·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같은 간접적인 효과의 크기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경제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오히려 민간 연구소에서 경제적 파급과 관련한 과장된 숫자를 만들어내더라도 정부차원에서, 또는 언론에서 '국제회의의 성과는 이렇게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는 "G20 두번만 하면 1년간 전국민이 놀고 먹어도 되겠다"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가까운 이익을 낸다는 건 너무 오버 아니냐" 등 비판의 글부터 "6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G20에서 순번제로 의장국 맡아 개최했다고 수십조에서 수백조의 경제창출 효과라니 솔직히 너무 부풀렸다" "경제적 효과가 450조면 국민 1인당 900만원씩 나눠주는 거냐" 등 비아냥 거리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일 미국 경제전문 통신 블룸버그도 한국의 G20 과열조장을 비판하며 "G20 정상회의 결과 국격 상승으로 최소 21조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지만 정상회의 당일날 코엑스 내 430개 점포는 판매 감소를 겪게 될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G20이 국가적 호재임에는 분명하지만 근거 없는 경제효과 부풀리기는, G20이 선진국들의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과 함께 교통혼잡과 강압적 통제 분위기 등에 따라 불거지고 있는 국내 반대여론을 무마시키려는 용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