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 예금 인출 이어 연일 압박 공세 그룹 측 "공식적으로 지시한 바 없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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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을 위해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외환은행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외환은행에 예치돼 있던 1조5천억여원 가량의 예금을 인출하고, MOU는 위법이며 외환은행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연일 강도높은 비난 성명을 낸데 이어 이번에는 법리 공방과 함께 직원들의 급여계좌 이전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일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및 기아차 등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외환은행에 급여계좌가 있는 경우 이를 이날 중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회사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각 부서별로 직원들의 급여계좌 이전 실적을 취합해 경영진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의 외환은행 급여계좌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이는 외환은행으로부터의 추가 예금 인출과 나아가 거래 단절의 초강수 압박도 가할 수 있다는 경고성 조치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또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에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보유한 1조2천억원에 대해 1차 자료제출 시한인 오는 7일 이후 재차 5일간의 유예기간을 더 주는 것은 대법원 판례에 위반되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룹 측은 민법 544조를 거론하며 "계약 당사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재촉하지만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는 그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서 "현대그룹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2차 유예기간을 준다면 이는 불법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룹 측은 "현대그룹이 나티시스 은행과 '입 맞추기'를 준비하기 위해 시간벌이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외환은행이 2차 유예기간을 준다면 이는 현대그룹의 입 맞추기에 적극 조력했다는 법적 책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외환은행을 몰아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전날에도 외환은행이 기자회견을 통해 MOU에 대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외환은행이 채권단 동의 없이 자문 변호사를 통해 현대그룹과 MOU를 맺은 것은 "주관기관으로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특히 그런 행위를 변호사에게 대리시킨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룹 측은 그러나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급여 계좌를 변경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다만 일부 직원들 사이에 급여계좌를 옮겨야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외환은행에서 1조5천억여원의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번 입찰에서 현대그룹 컨소시엄에 참가한 동양종금증권과의 거래를 끊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룹 측은 이에 대해서도 "외환은행 예금 인출은 통상적인 거래의 일환이며 동양종금증권과의 거래 단절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복성 조치임을 부인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사태의 본질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외환은행의 부적절한 업무처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외환은행에 대한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는 지엽적인 일들이 부각돼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