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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졸업을 앞둔 K대 김모(27)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 취업에 실패하면서 그는 이대로 졸업을 하는 게 옳은지 아니면 유예를 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학점은 모두 채웠지만 김씨는 졸업을 유예시키기 위해 학과 교수님을 찾아가 ‘F학점’을 부탁했다.
실제로 나온 성적은 B학점이지만 F학점을 받아야만 학점이수가 되지 않아 졸업유예가 가능하기 때문. 김씨는 결국 F학점을 받고 한 학기 졸업을 연장시켰다. 그는 “기업에서는 졸업생보다 재학생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게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웠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김씨처럼 졸업을 유예시킨 대학교 5학년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취업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대학생들의 취업준비기간은 점점 늘어났다. 최근 대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준비생’이라는 불안한 타이틀을 거부하고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취업의 관문을 뚫고 당당히 졸업하는 날을 꿈꾼다.
하지만 기업들은 휴학과 졸업유예를 시킨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339명을 대상으로 ‘휴학, 졸업유예 경험자에 대한 생각’이라는 주제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절반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인 이유로는 ‘직장을 다니다가도 그만둘 것 같아서’라는 이유를 1위로 꼽았다. 실제로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휴학, 졸업유예 경험 때문에 불합격시킨 경험이 있다고 답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목적 없이 공백 기간이 있는 것을 기업 측에서는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반면 인턴십이나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과 같이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휴학이나 졸업유예 여부보다는 그 기간 동안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채용 업계 전문가들은 “휴학과 졸업유예를 하기 전에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공백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