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종식을 요구하는 이집트 소요 사태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이집트 경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다국적 회사들은 공장문을 닫고 있고, 이집트 최대의 수입원인 관광 산업은 활동이 전면 중단됐으며, 금융시스템도 무력화 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의 마지막 날, 또는 첫날에 급료를 지급받아온 많은 이집트인들은 ATM 기계가 비어 있고,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돈을 인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용주들도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신용카드 보다는 현금이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집트에서 ATM이 비어 있고, 은행이 문을 닫으면 일반인들은 현금을 구할 수 없어 생필품을 살 수 없게 된다.

    네 아이의 엄마인 올해 39세의 살레는 식료품점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주변 4개의 ATM에서 돈을 뽑으려고 했지만 모두 비어 있어 수중에 한 푼도 갖지 못한 채 며칠째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카이로 이코노믹 리서치 포럼의 아흐메드 갈랄 소장은 "고실업률과 생필품 가격 상승이 이번 시위의 직접적 원인 가운데 하나 였다면, 최근 소요 사태로 인해 생필품 가격이 더욱 올라가면서 더 많은 폭동과 시위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들은 이 같은 상황이 향후 1주일 가량 더 지속될 경우 카이로 일대는 심각한 폭동과 약탈 사태로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이로인들의 생계가 달린 관광 산업이 공항 폐쇄와 탈 카이로 현상으로 사실상 올스톱 된 것이나 코카콜라, 제너럴 모터스, 볼크스 바겐, 메트로 등이 사업장 문을 닫거나 철수하고 있으며 수입업자들이 신용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카이로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증시는 지난달 24일 이후 17% 폭락했고,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돈을 달러나 유로 또는 안전 자산으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중동의 석유수송 관문으로 불리는 수에즈 운하의 경우 31일 현재 운항에 큰 문제는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제 석유 회사들이 지역 사무실을 폐쇄하고 비필수 근로자와 가족들을 소개시키고 있지만 이집트 근로자들은 그대로 근무지를 지키고 있으며, 나일 델타 지역에 집중돼 있는 석유 채굴 생산 활동 역시 거의 차질을 빚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 석유회사인 스타토일만이 나일 델타 서부 지역의 엘 다바 연안 채굴을 중단한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