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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호와 선우휘는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각각 좌파와 우파 이념을 대변한 대표적 언론인이자 지식인들로 꼽힌다.
송건호가 진실을 탐구하는 활동을 통해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했다면, 선우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국가 안정을 소명으로 삼아 업적을 남긴 언론인으로 평가된다.
현대사를 이끌어온 언론계의 거목인 이들의 업적과 역할을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우리 고유의 명리학적 방식을 접목해 비교 분석한 박사 논문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좌파와 우파 간 견해 대립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간극도 멀어지면서 상호 이해 및 관용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논문이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9일 동양철학 전문가 원준희씨의 언론학 박사학위(성균관대) 논문인 `명리학으로 본 한국 언론인 연구: 송건호ㆍ선우휘 비교를 중심으로'는 송건호와 선우휘를 각각 진실추구형, 국익추구형 소통자로 각각 분류했다.
송건호가 한겨레신문 초대 사장을 지내는 등 민주화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개혁 성향 언론인인 반면, 선우휘는 강한 반공의식을 배경으로 1980년대 학생운동과 민중운동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논문은 송건호가 사회정의나 저널리즘의 본질로서 `인(仁)'의 측면을 강조하며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세에 충실했다고 평했다.
그가 보유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언론자유에 대한 갈망은 지속적인 저항의 모습으로 표출됐다.
반면 월남한 지식인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선우휘는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지상 과제로 삼았으며, 국가 안정 수호를 그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다고 논문은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송건호와 선우휘는 사주학의 측면에서 모두 선비적 기개를 타고 났으나 송건호가 원칙중심적이고 지조가 강한 선비인 반면 선우휘는 현실중심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관료에 가까웠다.
저자는 또 송건호에 대해 지혜와 덕성, 포부와 이상이 출중하지만 현실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는 관상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선우휘는 자선심과 선량한 품성을 갖춘 대장부의 기상을 품었지만 입술이 얇고 턱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말년 및 부하복이 적은 인상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원준희씨는 "인간은 명리라는 커다란 운명 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조율해나간다고 볼 수 있지만, 같은 사주를 타고난 사람도 어떤 환경에 처했는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