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파람〕협정문 번역오류가 사소한 일?

     

    ▶ "웨인 루니는 노동자 계급의 천박한 청년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신세대 공격수 페데리코 마케다(20)의 이 발언이 루니의 팬들을 분노케 한 적이 있다. 잠시 제노아의 삼포도리아에 임대된 마케다는 박지성과 함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핵심선수 중 하나다.

    마케다는 조국인 이탈리아 21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이탈리아 스포츠신문과 인터뷰를 했는데 영국의 언론들은 마케다가 “루니는 내게 많은 조언을 해주는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노동자계급의 천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자 마케다는 “나 역시 루니처럼 성숙하지 못한 노동자 계급의 청년”이라고 말한 것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결국 마케다의 인터뷰 내용을 영어로 옮기면서 생긴 해프닝으로 밝혀졌고 영국 언론들은 보도내용을 정정했다.

    ▶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여명을 먹이고도 남은 빵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신약성서 복음서에 나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은 실은 번역의 실수가 만든 기적이란 주장이 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서 성서학과 고대 셈어, 이집트학, 아시리아학을 전공하고 수메르어로 학위를 받은 뒤 10여년간 히브리대에서 성서학을 가르친 조철수 교수는 그가 쓴 <예수 평전>에서 ‘오천 명’이라 옮긴 단어는 원래 ‘다섯 천부장(千夫長)'이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빵을 먹은 ‘오천명’은 5,000명의 군중이 아니라 ‘다섯 천부장’으로 예수가 다섯 명의 천부장을 선출해 그들에게 성찬의례를 베풀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많은 군중을 다 먹이고 남은 빵과 물고기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복음서들 얘기는 오역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후대에서 추가되고 윤색된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한-EU FTA 조약문의 번역 실수가 드러나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가 발끈했다. "그런 큰 실수를 저질러놓고도 누구도 보고하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대해 반드시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쳐 놓겠다"고 말했다.

    협정문에 번역 오류가 있다는 사실은 지난 23일 민주당 박주선 의원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박 의원은 “외교부가 영문본 협정문 정본을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완구류와 왁스류가 원산지로 인정받기 위한 비원산지 재료 허용비율 50로 돼있는 것을, 각각 40%, 20%로 틀리게 기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었다. 통상교섭본부는 “본질적 실수가 아닌 단순한 타이핑 에러”라고 변명했고 외교부는 오류 사실을 인정했다.

    국제 협정문에선 토씨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내용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 수치가 틀린 것이나, 정부가 아닌 국회의원이 오류를 발견한 것이나 정부로선 치욕이다. 뒤늦게 협정문의 오류를 바로 잡아 국무회의에서 재의결한 뒤 국회에 상정키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