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첫날 완판·중고 시장 웃돈 거래 줄줄이한정 물량에 인기 급상승 … 1000만원 매물도보험 미적용·높은 수리비에도 기술력 상징 주목화웨이 품질 논란·애플 진입 앞두고 삼성 입지 재확인
  • ▲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두 번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출시 첫날 완판되며 중고 시장에서 웃돈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300만원 후반대의 초고가에 보험 미적용, 유지 비용 우려 등 여러 한계가 지적되지만 제한된 물량과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화웨이의 품질 논란, 애플의 폴더블 시장 진입 예고 속에서 삼성전자가 폴더블 기술 리더십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을 포함한 전국 20개 매장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의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개시와 동시에 온·오프라인 물량이 모두 소진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닷컴에서는 판매 시작 약 5분만에 품절 안내가 떴고, 주요 오프라인 매장 앞에는 개점 전부터 수십 명이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초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중고 거래 시장에는 웃돈을 얹은 매물이 속속 등장했다. 정가 359만400원인 트라이폴드는 중고 플랫폼에서 385만~400만원 선에 가격이 형성됐고, 일부 판매자는 500만원 이상, 한때는 1000만원에 달하는 매물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거래 가격은 370만~390만원 수준이 주를 이루고 있다.
  • ▲ 삼성스토어 홍대 앞에서 오픈런을 기다리는 시민들ⓒ삼성전자
    ▲ 삼성스토어 홍대 앞에서 오픈런을 기다리는 시민들ⓒ삼성전자
    흥행 배경으로는 희소성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트라이폴드의 국내 물량을 2000~3000대, 글로벌 물량은 약 2만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소비자 호기심이 집중된 데다 공급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 한정판을 소유하려는 욕구를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펼치면 253㎜(10인치) 대화면을 구현하고, 접으면 164.8㎜(6.5인치)의 바 타입 스마트폰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화면 양쪽을 모두 안으로 접는 '인폴딩' 구조를 채택해 내구성을 강화했고, 접었을 때 두께는 12.9㎜, 펼쳤을 때 가장 얇은 부분은 3.9㎜로 역대 갤럭시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은 설계를 구현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AP를 탑재했고,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 윈도 기능과 태블릿 버전 '삼성 덱스'를 지원한다.

    다만 인기와 별개로 소비자 부담 요인도 적지 않다. 트라이폴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보험인 삼성케어 플러스가 적용되지 않는다. 두번 접는 메인 디스플레이가 파손될 경우 수리비는 183만4500원에 달하며 디스플레이 반납 조건을 적용해도 165만7500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출시 후 1년 내 1회에 한해 메인 디스플레이 수리비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일반 스마트폰 한 대 가격에 가까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S펜 미지원, 태블릿에 맞먹는 크기에 따른 휴대성 부담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 ▲ 삼성강남 스토어 외부 오픈런 현장ⓒ삼성전자
    ▲ 삼성강남 스토어 외부 오픈런 현장ⓒ삼성전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상징 제품'이라는 특장점이 부각되면서 시장의 반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상용화했지만 두번 접는 트라이폴드 분야에서는 화웨이에 먼저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최초 트라이폴드폰 '메이트 XT'를 출시했으나 출시 직후 화면 파손 사례가 잇따르며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사전 예약에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출시 한달 2만대 수준에 그쳤고, 높은 가격과 수리비 부담도 흥행에 걸림돌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전례를 의식해 인폴딩 구조를 통해 내구성을 강화하고, 두께와 성능 면에서도 경쟁 제품과의 격차를 강조했다. 가격 역시 화웨이의 최신 트라이폴드 제품보다 낮게 책정했다. 내부적으로는 원가 부담이 크고 마진이 낮아 생산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폴더블 기술 리더십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흥행이 향후 폴더블 시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내년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트라이폴드라는 새로운 폼팩터를 상용화하며 기술적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폴더블 명가'로서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라이폴드의 흥행이 곧바로 대규모 판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3장을 사용하는 구조에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대용량 메모리까지 탑재되면서 원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D램과 AP 등 핵심 부품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트라이폴드는 판매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추가 물량 확대 여부를 두고 고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300만원 후반대의 초고가 제품인데도 출시 첫날 완판되고 웃돈 거래까지 형성됐다는 점 자체가 삼성전자의 폴더블 브랜드 파워를 보여준다"며 "트라이폴드는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삼성전자가 여전히 폴더블 시장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확인시킨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