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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여성 제작진이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을 가감없이 방송에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25일 방송된 KBS 1TV '소비자고발'은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 일부 무속인들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부적을 파는 부조리한 행태를 고발했다.
초고가 부적을 취재하던 '소비자고발' 제작진은 한 점집의 남자 무속인으로부터 성추행까지 당했다는 피해자의 제보를 듣고 여성 제작진을 대동, 직접 점집을 찾았다.
당시 점집을 방문한 일행이 방송 제작진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무속인은 점을 본다는 핑계로 여성의 몸을 이곳저곳 만지며 성희롱에 해당되는 말을 건네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 무속인은 여성 제작진에게 "좀 들어봐 봐요. 옷을‥"이라고 말하며 탈의를 요구하는가하면 "손대면 안되는 거야. 손대면 안돼"라고 말한 뒤 부적을 여성의 몸에 붙였다. 그러는 와중에 이 무속인은 은근슬쩍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도 저질렀다.
또한 "거기(한쪽 가슴)가 흐려져 있는데 뭐 안 나오죠? 젖 안나오지?", "이상하네. 한번 짜 봐 봐요", "(냄새가)살살 풍기잖아요", "이 냄새에 취한단 말이야, 남자가‥" 같은 모욕스러운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문제는 이같은 성추행이 벌어지는 동안 제작진은 무속인을 말리기는 커녕, 이를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 지상파 방송에 내보내는 우를 범했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성추행 장면을 그대로 방송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손님을 가장한 여성 스태프가 무속인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무단 방치, 방송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비상식적인 취재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성추행을 방치했거나 자초한 소비자 고발을 오히려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케이블 방송도 아니고 지상파 방송에서 여성이 성추행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고 밝혔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과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소비자고발'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 "불쾌함을 느끼신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성추행 무속인을 취재한 여성은 소비자고발 촬영을 담당하는 제작진이었다"며 "부녀자들의 희롱하는 행위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것이 취재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소비자 고발 제작진의 공식 사과문 전문.
우선 이번 방송으로 불쾌함을 느끼신 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고가의 부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려드리고 앞으로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추행 무속인을 취재한 여성은 소비자 고발 촬영을 담당하는 제작진이었습니다.
무속행위를 빌미로 부녀자들을 희롱하는 행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취재 목적이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이 불쾌함을 느끼신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천만 원짜리 부적은 방송에서 직접 천만 원을 주고 구입한 것처럼 비쳐지긴 했으나 실제로는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양해바랍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소비자고발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