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78개 사업장중 23곳만 첫삽…1년새 착공률 하락새대책에 '재초환 완화' 빠질듯…김윤덕 "검토한적 없어"노후청사 개발 등 공공위주…"민간 규제완화 없인 맹탕"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일각에서 제기된 재초환 완화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로써 이달 발표예정인 추가 주택공급대책에도 재초환 관련방안은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선 벌써 '도돌이표', '맹탕' 우려가 나온다. 서울 재건축 착공률이 10%대에 머무는 등 민간공급 병목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위주 공급에만 매몰돼 있는 까닭이다.

    13일 본지가 '서울시 정비사업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기준 서울내 178개 재건축사업장 가운데 첫삽을 뜬 사업장은 23곳(12.9%)에 불과했다. 1년전 착공률 14.6%보다도 1.7%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재건축사업장은 늘었지만 착공은 지지부진한 상황임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구수 기준으로 보면 전체 15만591가구중 고작 1만6162가구만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정비업계에선 재초환 등 민간부문 규제완화 없인 나머지 13만여가구 재건축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때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당 최대 수억원의 부담금이 부과돼 재건축 추진을 막는 '대못'으로 불린다. 앞서 9·7주택공급방안이 실효성 논란에 시달린 것도 재초환 관련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도 재초환 완화나 폐지안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윤덕 장관은 전날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인허가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초환 폐지와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며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여권일각에서 제기된 재초환 완화 목소리에 '현행유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황희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성 도시에 과도하게 재초환이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간 세번의 부동산대책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여권에서도 재초환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지역구내 재건축단지가 집중된 의원들 사이에서 재초환 완화·폐지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에 앞서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0월 재초환 완화를 시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선 재건축 추진단지들은 추가대책에서 재초환 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재초환 유지'를 못박으면서 재건축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
    이달 발표될 공급대책엔 민간보다 공공위주 공급방안이 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방안으론 서울내 산재한 노후청사와 유휴부지 개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심내 주택공급을 늘려 신규택지 조성에 집중했던 기존 공급대책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게 정부 계획이다.

    김 장관은 "공급 대상지를 물색하고 있고는 상황"이라며 "늦어도 1월말까지는 발표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는 국립보건원·서울의료원 등 미매각 용지, 금천구 공군부대 등 군유지, 노후 공공청사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용산 캠프킴, 태릉CC 등 이전정부에서 추진됐다가 제동이 걸린 후보지도 재추진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도심 블록형 주택' 등 새로운 형태 정비사업모델도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재개발보다 좁게 사업지를 쪼개 동의율 확보, 인허가 등 심의 절차를 단순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선 이같은 공공위주 공급대책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초환 등 민간부문 규제 완화 없인 정부가 공언한 도심 주택공급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노원구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원당 수천, 수억원을 토해내라고 하면 누가 재건축을 하고 싶겠나"라며 "아직 사업 초기단계인 곳은 아예 조합설립 단계에서부터 막힐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동작구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재초환이 있는 한 조합 결성 후에도 원활한 사업진행을 장담할 수 없다"며 "누구나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건축시장이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 주도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부문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