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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작년 6월 경 중국이 ‘글로벌호크’ 도입에 관한 정보를 해킹했다는 소식을 정부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이튿날 국방부는 ‘사실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이처럼 정부가 중국에 ‘찍’소리 못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재벌경제’ 때문이다.
親中사대주의 從北세력들이 퍼뜨린 ‘중국 패권론’
어떤 이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지난 정권은 親中정권이었다.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자들은 냉전 종식과 함께 자신들이 포기했던 사회주의를 중국이 ‘새롭게 발전시킨 것’에 환호했고,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우며 6자 회담과 북핵 등을 핑계로 중국 국가안전부(MSS)를 포함한 정보기관들과 연례회동을 가지며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런 자들이 전면에 나서거나 권력을 휘두르면서 우리나라 안보기관들은 미국은 물론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친중적이고 종북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돈세탁방지, 테러와의 전쟁, 대량살상무기확산, 대북제재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공공연히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국내에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언론과 재벌기업들은 ‘중국이 21세기의 패권국가’이자 ‘우리의 새로운 동맹’이라는 주장을 줄기차게 내세웠다. 일부 지식인들은 ‘중국과 동맹국이 되면 미국 따위는 필요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해댔다.
이런 언론과 재벌기업의 주장이 몇 년 동안 계속되자 대중들도 점점 그 말을 믿기 시작했다. 한동안 중국 조기유학이 봇물을 이뤘고, 지방대학들 사이에 중국 유학생 유치가 유행처럼 번졌다. 재벌기업은 중국 시장 진출을 핑계로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겼다. 언론과 대기업, 연구소들이 이런 주장을 펼치자 일반 국민들이 이를 반박하는 건 어려웠다. 결국 사회 전체가 점점 중국에 우호적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전 세계가 폭로하기 시작한 중국제 불량품 문제도 국내 재벌들과 당시 정부는 침묵했다. 일부 언론은 ‘한국인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중국에다 그렇게 상품 주문을 하니까 불량품이 들어온다’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들 덕에 친중적인 사회 분위기는 계속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좌파적 성향의 사람들은 고위직에서 하나 둘씩 물러났다. 이전에 언론에서 ‘친중종북’을 주장하던 자들조차도 ‘친미반북’을 면죄부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2008년 4월 28일 ‘자칭 유학생’이라는 중국 폭도 4만여 명이 서울 시내를 점령하다시피 하며 난동을 부렸다. 수백 대의 버스에 분승하고 전국에서 몰려든 ‘유학생 폭도’들은 북한인권단체와 티벳인권단체 회원은 물론 길가는 행인까지 보이는 대로 폭행했다.
‘실용’ 이유로 親中사대주의자 존중하는 이명박 정권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한국에 사과를 했을까. 하지 않았다. ‘불미스런 충돌’ 정도로 무마하려 했다. 당시 국민들의 분노와 불만은 폭발직전까지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과의 대결구도는 한반도 정세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을 펴면서 외교적 표현의 항의만 했다. 이런 가운데 MBC <PD수첩>이 광우병에 대한 보도를 하자 민심은 폭발했다.
광우병 폭동 이후 3년 동안 잠잠하던 중국이 다시 ‘행패’를 부린 것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 도발. 중국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포격 도발 직후 청와대를 방문해 ‘6자 회담으로 풀자’는 엉뚱한 소리를 내뱉고는 돌아갔다. 이후 이런 내막을 알게 된 미국, 일본, 이스라엘, 유럽 등 동맹국들은 ‘중국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며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한편 중국과 홍콩의 관영방송들은 연평도 기습도발을 ‘남북간 교전’이라고 표현하며, ‘남조선이 포격을 받기 전에 수백 발의 포격으로 북쪽을 위협하면서 까불다 당했다. 북조선의 반격은 당연한 일’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이 소식이 국내언론에 전해지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런 일들이 있어도 정부는 또 조용했다. 아니 동맹국들이 중국의 태도와 행태를 비난함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번 사건을 두고 편 가르기는 좋지 않다’는 담화를 발표, 동맹국들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지난 정부는 그렇다 치고 현 정부까지 중국에 꼼짝 못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중사대주의 관료’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걱정되는 이유는 현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대중관계 문제에 항의하면 그들은 ‘중국이 세계의 시장이고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 국가인데 그들과 마찰이 생기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악영향이 크다’는 논리를 슬그머니 내놨다. 이것이 현 정부가 비겁한 핵심이유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안보마저 무시하는 재벌 말 듣는 건 ‘실용’ 아니라 ‘부패’
즉 지난 정권도 현 정권도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산업구조 상 ‘재벌기업=경제’라고 믿고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현 정부에서 듣는 세간의 평가 중 가장 많은 게 바로 ‘대기업 편들기’다. 지금 중국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진출한 기업의 상당수는 현대기아차, SK, 삼성 등 국내 재벌기업들이다. 이 같은 재벌기업 관계자들은 현 정권 초기 ‘청와대’를 팔고 다니며 말을 함부로 뱉기도 했다.
이런 재벌들이 현 정부에 도움이 됐을까. 물론 국내 경제지표 상승에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실제 국민들을 어렵게 만든 게 바로 이들이다. 특히 안보 문제에 있어 재벌들은 ‘골칫거리’다. ‘자칭 명품무기’라는 각종 무기의 개발 뒤에도 재벌기업이 숨어 있다. 3년 넘게 ‘저탄소 녹색성장’이 지지부진한 것도 재벌기업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중국에 해킹을 당해도 이 따위 재벌들이 중국 시장에서 손해 볼 것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안보기관이 참아야 한다면 이건 아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는데, 일부 ‘정신 나간 재벌들’ 때문에 중국이 하자는대로 따라다니고, 이리저리 얻어터져도 ‘찍’소리조차 못하는 정권이라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 말로만 ‘안보’ 운운하며 ‘보여주기식 장비 전시’에만 급급했던 정권은 과거 베트남에도 있었다는 걸 청와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