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막아낸 충남 서산, ‘자발적 방역’ 활동 눈길
  • [구제역 해법 ②]

  • ▲ 정부는 지난달 24일 구제역 방역 대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발표했다. ⓒ 농림수산식품부
    ▲ 정부는 지난달 24일 구제역 방역 대책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발표했다. ⓒ 농림수산식품부

    "지난해 12월 안동 구제역이 터지면서 직원들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농민들도 자발적으로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 구제역을 막아낼 수 있었다."

    전국 농가를 뒤덮은 구제역이 일단락된 가운데 충청남도 서산시가 주목 받고 있다. 서산을 둘러싼 시군구에 모두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이곳은 끝가지 구제역 바이러스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전쟁을 방불케 했던 방역 현장 한 가운데 있던 서산시 축산과 최원식 방역 계장은 "농가와 서산시가 힘을 모았기에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산시는 지난해 12월 구제역이 발생한 시점부터 구제역이 사실상 막을 내린 지난달 22일까지 약 100일 동안 비상근무를 실시했다. 전체 650명 정도 되는 시청 직원들이 1인 3교대로 24시간 초소를 운영해왔다.

    최 계장은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지만 발생 초반에는 그 중요성을 잘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바로 옆 군에서 살처분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말했다.

  • ▲ 서산시 축산과 최원식 방역 계장 ⓒ 자료사진
    ▲ 서산시 축산과 최원식 방역 계장 ⓒ 자료사진

    농가에서도 자발적으로 '서산 지키기'에 나섰다. 시에서 내려온 이동제한 조치를 철저하게 따르는 것은 기본이고 민간 자율 방역 초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 계장은 "농민들이 '내 재산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조치를 따라줬다"며 "개별적으로 농장 입구를 막는 집도 있었고, 이동 제한을 철저하게 통제함으로써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시군들과 차이점은 '민간 자율 방역 초소'를 운영한 것. 농가 주민들이 오고가는 차를 소독하고 심야에는 타 지역에서 들어오는 차량 등의 이동제한을 철저히 했다고 최 계장은 전했다. 그는 또 "일부 소독약은 시에서 지원해 주었지만 밤에 사용되는 난방비 등은 주민들이 돈을 걷어서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서산시의 발 빠른 대처도 한몫했다. 서산시청 한해 예비비가 50억원 정도인데 올 1월에 10억원을 구제역 처리비로 과감하게 지원해줬다고 최 계장은 설명했다. 이렇듯 민가와 시청이 한 마음으로 구제역 차단에 힘을 쏟은 결과, 서산시는 청정 지역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

    '청정 지역'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최 계장은 "운이 좋았다. 하지만 운도 준비한 사람에게 온다"며 "시청, 농민, 군인 등 각각이 역할분담을 잘 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구제역 이후 서산시에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서도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요즘 격려 전화가 많이 온다. 내부에서도 구제역을 우리 힘으로 막아냈다는 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그는 "구제역이 사실상 종결됐지만 아직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며 "이번 겨울도 그렇고 앞으로 구제역이 발생하기 않기 위해 예방접종 등에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상 최악의 구제역을 겪으면서 기존 구제역 매뉴얼의 문제점이 드러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러 시군구에 바이러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고 그 전파속도도 너무 빨라 매뉴얼 적용이 쉽지 않았다고.

    정부는 이를 계기로 지난달 24일 구제역 방역 시스템을 개편하고 축산업의 체질을 본질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초동 대응과 사후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춰 구제역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최 계장도 "구제역 매뉴얼을 지자체가 철저하게 따라야 하고 농민 개개인의 도움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