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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중년의 동양인이 공원에 앉았다. 무지개가 그에게서 뻗쳐나간다. 그가 스키틀을 흘리자 노숙자 행색의 비둘기(?)들이 몰려들어 스키틀을 쪼아 먹는다. 산책하던 개 한 마리가 그 노숙자 비둘기들을 흩어놓지만 두려움은 잠시. 곧 다시 모여들어 스키틀을 쫀다.

    처음 스키틀 광고를 본 사람이면 당황할 것이다. 스키틀 광고는 늘 이런 식이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이 스키틀에 대한 바보스러운 집착을 보이거나 스키틀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해서 보는 사람들의 실소를 끌어낸다.

    따지고 보면 이번 광고는 이전 광고들에 비해 비교적 ‘스마트’하다.

    서양에서는 무지개의 뿌리에 항아리가 있고, 그 안에 온갖 보화가 있다고들 한다. 그 무지개 뿌리에 스키틀을 둔 것은 영리한 설정이다.

    이 광고가 집행된 미국에서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을 매사에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들로 보는 경향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중년의 남성이다! 일부러 ‘가장 스키틀을 먹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모델로 내세운 뜻은 분명 ‘누구나’ 스키틀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노숙자로 분한 비둘기들이 등장해 햇살처럼 쏟아지는 스키틀을 쪼아 먹는 것은 ‘축복’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스키틀이 프리즘을 통과한 햇살처럼 갖가지 색깔로 쏟아지는 모습은 기독교에서 성수를 튀길 때의 이미지와 흡사하다. 다시 말해 성당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등진 신부가 성수로 축도할 때 보일 법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 ‘스키틀’의 축복은 걸인, 혹은 노숙자 비둘기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진다.

    설정은 스마트할지 몰라도 전체 플롯이나 인상은 극히 ‘바보스럽다’. 노숙자인지 비둘기인지 알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 그 중에서도 압권이다. 스키틀이 해마다 이런 ‘바보스러운’ 광고로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을 비롯한 각종 광고제에서 많은 상을 차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2008년 칸 라이언즈 금상 수상작 “TOUCH"

     

    아마도 ‘스마트하기’를 포기한 덕분일 것이다.

    과자나 사탕 광고가 스마트하기는 힘들다. 또한 스마트할 필요도 없다. 스키틀과 같은 제품에서 당류(糖類) 외에 함유된 것이라곤 아직 유해하다는 증거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용이 허용된 갖가지 색소와 합성향료뿐이다. 소비자들도 이것을 잘 안다.

    이런 과자류는 칼로리 말고는 인체 대사에 필요한 영양소가 아무 것도 없다 해서 “엠프티 칼로리(empty calory)"로 불린다. 이를 팔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우리나라에서는 칼슘이 첨가됐다, 색소가 없다, 하면서 구매를 결정하는 ‘엄마’들의 환심을 사려 노력한다. 이는 소극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과자가 가진 정체성 - 재미 - 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행동인데다가 소비자를 어린이로 국한시켰기 때문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과자를 먹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성인들이 담배나 술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종류의 과자를 파는 일은 성인 흡연자에게 담배를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따금 몸에 좋지 않은 과자를 먹고 재미있게 사는 바보가 될 권리’는 어린이들보다는 성인들에게 판매하는 게 옳다.

    스키틀이 판매하는 것은 그저 설탕덩어리가 아니라 바로 ‘재미’이다. 그것이 스키틀 광고 속에 언제나 행복한 바보들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대행사는 미국 TBWA\CHIAT\DAY.

     

    2010년 칸 라이언즈 동상 수상작 “Tube So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