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대당 판매가도 급상승일본 지진 반사이익으로 글로벌 3위 등극 가능성도
  •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무한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국제회계기준이 처음 적용된 1분기 실적에서 글로벌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1.4%, 영업이익은 45.6%나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10.0%로 작년 8.4%보다 무려 1.6%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번 실적은 증권사들의 사전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완전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유력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1조3천억∼1조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1조8천억원을 넘었다.

    현대차는 사실상 내수에서 부진했다. 디자인 경영을 앞세운 기아차에 시장을 잠식당했고, 쉐보레 브랜드를 전격 도입한 한국지엠에도 위협을 받았다. 신형 그랜저가 날개돋친 듯 팔렸지만 1분기 판매 결과는 0.8% 감소였다.

    그러나 현대차에는 드넓은 해외 시장이 있었다. 현대차는 1분기 수출과 현지 생산분을 합해 총 75만2천466대를 팔았다. 작년 대비 11.6%나 상승한 수치다. 내수에서 잃어버린 영역을 바깥에서 몇 배로 만회한 셈이다.

    수익성 증가에는 판매 호조 외에 매출 원가 절감과 대당 판매가(ASP) 상승이라는 요인도 작용했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비중이 작년 32%에서 올해는 65% 수준으로 상승함에 따라 매출원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감소했다.

    중형차 이상의 고급차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당 판매가는 크게 상승했다.

    현대차의 1분기 ASP는 국내에서 2천400만원으로 4.6%, 해외에서는 1만5천550달러로 14.2%나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작년 동기 대비 미국 19.8%, 캐나다 24%, 유럽 44%, 기타 시장 10% 늘어났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JD파워는 올해 내구품질조사에서 현대차를 일반 브랜드 부문 3위에 올려놨고, 컨슈머리포트는 아반떼를 4년 연속 최우수 소형차로 선정했다.

    기아차의 성장은 더욱 놀랍다.
    기아차는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56만5천355대를 판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판매량을 올렸다. 기아차는 특히 미국 시장 점유율이 3.4%로 역대 최고치다.

    기아차는 북미에서 쏘렌토, 쏘울, 포르테 등의 판매 호조로 작년 동기보다 35.3%나 증가했다. 기아차의 선전으로 현대기아차는 1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이 8.1%로 치솟았다.

    1분기 글로벌 산업수요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기아차의 1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생산목표는 633만대다. 지난해 842만대를 판매했던 도요타는 올해 대지진 여파로 생산량이 650만대 이하로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감산하는 도요타와 역시 올해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제치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순위는 3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중국, 미국, 인도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고 연간 60만대 생산시설을 갖춘 중국 현대차 공장은 올해 잔업과 특근을 통해 생산량이 72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역시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인도와 미국도 생산량이 10% 정도는 확대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5% 정도 추가 생산할 여력이 있다"면서 "시장 수요만 받쳐준다면 최대 700만대까지 생산·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올해는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이 우선"이라며 강조했지만, 현대차로서는 글로벌 3위 등극에 내심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공장 신설 문제도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미국 현지 생산을 90만대까지 늘려야 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는 상황에 따라선 연내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