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생명과학부 전체옥 교수를 만나다
  • ▲ 중앙대학교 생명과학부 전체옥 교수.ⓒ추진혁 기자.
    ▲ 중앙대학교 생명과학부 전체옥 교수.ⓒ추진혁 기자.

    봄비가 내리던 지난 29일, 김치맛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기쁜 소식에 중앙대 생명과학학과 전체옥 교수를 만나러 흑석동으로 향했다.

    "김치 속에 특정 미생물 있다?"

    전체옥 교수는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전통발효식품의 기능성 표준화 연구'의 책임자다.

    연구가 시작된지는 이제 2년. 얼마 전 전 교수는 김치에는 김치 특유의 맛과 건강 관련 기능성을 높이는 특정 미생물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미생물의 유전자가 발현돼 생성된 특정 발효산물은 김치의 맛과 기능을 좌우한다. 앞서 김치에 대한 연구는 많은 과학자들이 해왔다. 배양학적인 연구 방법이 주로 이루어졌다.

    전교수는 자신의 연구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발효식품의 가장 걸림돌은 표준화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미생물을 배양하는 작업 없이 식품연구원과 함께 정확한 김치 레시피를 통해 김치 안에서 변하는 미생물을 연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100 퍼센트 이 연구가 완성됐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기반이 마련된겁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미생물학회가 발간하는 관련 분야 최고의 저널인 ‘응용환경미생물학회지’에 2010년, 2011년 연달아 2편이 게재됐다.

    "현재 연구팀과 함께 유전자가 시기에 따라 얼마나 활동성을 갖느냐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유전자가 어떻게 발효가 되서 어떤 성분을 가지게 되는지를 연구 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치 발효 산물과 미생물 관계 규명, 앞으로 과제"

    전 교수는 김치 발효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미생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김치 내에 특정 미생물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특정 생성되는 발효산물과의 상호관계를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우리나라 김치는 종류만 200여가지가 넘는다. 전 교수는 재료와 미생물에 의해 생기는 김치 속 생성물에 대한 데이타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김치를 만들면 예측되는 변화를 알지 못했어요. 이번 연구가 완성된다면 앞으로 김치를 만들때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맛이 정확히 분석돼 김치의 표준화 된 맛을 낼 수 있게 되는거죠, 김치를 똑같은 제품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떤 원료를 이용하면 어떻게 미생물이 그 안에서 자라고 유산이 얼마나 생성되는지를 알아보자는거죠"

  • ▲ 중앙대학교 생명과학부 전체옥 교수.ⓒ추진혁 기자.
    ▲ 중앙대학교 생명과학부 전체옥 교수.ⓒ추진혁 기자.

    전 교수는 그동안 선배 과학자들이 해왔던 배양학적 방법, 즉 균을 키워서 실험실에서 연구했던 방법이 아닌 김치를 직접 사용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미생물 바이러스=박테리오페이지 컨트롤 중요해"

    "김치를 담아서 숙성되는 과정 중 김치 안에서 직접 미생물이 얼마나 크고 활성화되는 지를 연구한게 가장 큰 차이라고 할까요, 직접 미생물 유전자를 뽑아 현재는 그 활성화 상태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바이러스라고 하면 우리가 생각했을 때 굉장히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잖아요.

    하지만 바이러스는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어요.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생물에 기생한다는 것입니다. 김치 안에도 역시 이런 바이러스가 존재합니다.

    이런 미생물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페이지라고 부릅니다. 이 박테리오페이지는 숙주의 특이성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면 감기바이러스는 사람만을 공격합니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마찬가지구요.

    박테리아에도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유산균을 먹고 자랍니다. 우리가 김치를 담으면 숙성되는 과정중에 박테리오페이지가 침입하면서 균이 죽게 되죠, 그래서 예측한 결과를 얻을 수가 없어요. 이번 연구를 통해 김치로부터 유전자를 다 분석해보니 20일후에 박테리오페이지가 급격히 증가하는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일정한 품질의 김치를 만들려면 바로 이 박테리오페이지를 주의해야해요. 이것을 컨트롤 하는게 중요합니다."

    박테리오페이지는 우리 몸에는 전혀 해롭지 않다. 단지 박테리아만 죽이는 작용을 할 뿐.

    하지만 미생물에는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 교수는 박테리오페이지와 미생물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작업 역시 진행 중이다. 

    배양하지 않은 젓갈 연구, 보고되지 않은 미생물 발견

    전 교수와 연구팀은 김치 분석 방법을 통해 새우젓, 조개젓, 오징어젓, 굴젓, 명란젓, 창난젓, 게젓 등 국내 대표적 7개 젓갈에 존재하는 미생물도 분석했다. 젓갈 연구에서도 배양법 대신 미생물의 유전자를 직접 추출하는 연구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고세균종들이 상당히 높은 비율(약 80%이상)로 존재하며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미생물이 발견됐다.

    "아직 이 미생물이 어떤 특징을 가진 것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이 미생물의 특징을 연구해 기능을 알수 있다면 젓갈 발효 과정을 알수 있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젓갈을 만들때는 병원성균이 들어갈 확률이 높기때문에 만약 미생물을 키워낼수 잇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젓갈 만들때 잡균 없이 좀더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만들수 있게 되는거죠. 즉, 항상 일정한 젓갈을 만들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김치 만들 것"

    전 교수 연구팀은 앞으로 3년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모든 기반만을 마련한 상태지만 전 교수는 내년, 내 후년이면 이 미생물들 유전자 분석과 발효산물의 관계를 정확하게 알수 있지 않을까란 희망을 전했다.

    "페이지 컨트롤의 중요성의 기반, 시기상에 유전체 정보를 갖고 있어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활성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기반, 다 기반을 이번 연구를 통해 마련한거에요. 그래서 이 기반을 가지고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규격을 가진 김치가 탄생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 교수 연구팀의 연구가 완성될 쯤에는 김치가 요구르트처럼 세계적인 발효식품 대열에 합류할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