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40주년 ‘비전 2025’ 선포…‘인류 위한 지식창출’"한국사회에 우뚝서, 세계 껴안고, 미래 바라본다"
  • 흔해 빠진 홍합에서 인공뼈 개발 신기술 개발,
    탄소나노튜브 한계도 홍합에서 해결책 찾아내   
    작년 7월 초, 독일에서 발행되는 재료분야 국제 저명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는 KAIST 교수 2명의 공동연구 결과가 인사이드 커버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은 홍합의 접착현상을 모방해 뼈의 미네랄 성분을 고속으로 형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관한 것이었다. 홍합에서 특이성분을 추출해 인공뼈를 만들어 내는 신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논문의 주인공은 KAIST 박찬범(당시 41세, 신소재공학과), 이해신(당시 37세, 화학과) 교수였다.

    기존 기술은 인공뼈 개발에 필수적인 인산화칼슘 결정이 특정물질의 표면에서만 자라는 한계로 인해 인공뼈나 치아, 임플란트 등 다양한 지지소재 개발에 응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KAIST의 박․이 교수팀은 홍합이 몸에서 뽑아내는 실 모양의 접착단백질 분비물인 ‘족사(足絲)’를 이용해 파도가 치는 해안가나 수초 등에 쉽게 달라붙는 점에 착안, 기존 기술의 문제를 해결했다. 

    뼈의 주요 성분인 인산화칼슘 미네랄 결정을 다양한 표면에서 고속 성장시키는 이 기술은 범용성이 뛰어나, 인공뼈 재생과 차세대 임플란트 소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신기술로 평가받았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올해 5월 11일, 독일의 또 다른 재료분야 국제 저명학술지 ‘Advanced Materials’는 KAIST 소속 3명의 교수가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을 표지논문으로 게재했다.

    논문의 내용은 홍합의 족사(足絲) 구조를 모방해 탄소나노튜브를 소재로 한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제조 원천기술 개발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는 박태관(생명공학과), 홍순형(신소재공학과), 이해신(화학과) 교수였다.

    탄소나노튜브는 탁월한 전기적, 열적, 기계적 특성때문에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으나 길이가 불과 수㎚(나노미터) 수준으로, 그 길이를 늘리지 않고는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기존 기술의 난제를 홍합의 족사 구조를 모방해 해결했다.

    이들 교수팀이 개발에 성공한 탄소나노튜브는 기존 구조용 탄소강에 비해 강도가 3배 이상 향상된 신소재로 향후 방탄복, 인공근육, 전자파 차폐재, 스텔스 소재 등을 개발하는데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나노융합 소재 산업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논문의 공동자자 가운데는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국내를 넘어 전세계가 주목했던 천재과학자였으나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박태관 교수였다.

    ‘KAIST를 KAIST답게’ 만든 힘의 원천 ‘교수와 학생’
    KAIST는 그 어느 때보다 잔혹한 겨울과 봄을 보냈다.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교수마저 그 뒤를 따르자 학교 안팎에서는 비난이 빗발쳤다.

    “총장이 교수와 학생을 죽음으로 내 몰았다”
    “맹목적인 성과지상주의가 낳은 참극”
    “경쟁만을 중시하는 학사관리와 교수평가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다”

    학생 자살의 주범으로 거론된 징벌적 등록금제와 100% 영어강의도 여론의 도마위에서 처참하게 해부됐다.

    지난 반세기 불모지와 같았던 우리의 과학기술을 지금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었으며, 한때는 국가 자긍심의 상징과도 같았던 KAIST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구성원들은 극심한 자괴감에 빠져들었고 패닉 수준의 혼란과 음울한 분위기가 학교를 휘감았다. “KAIST는 끝났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KAIST는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성장통이라 하기엔 그 상처가 너무 크다.

    그런데 희망이 보이지 않던 KAIST에 다시 봄이 찾아오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은 닫힌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학교에는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상한 것은 어느 누구도 KAIST에 해법을 제시해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KAIST를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고 있는 힘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바로 ‘KAIST’에 있다. ‘KAIST를 KAIST답게’ 되살리고 있는 힘은 바로 KAIST의 내부, 즉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합에서 신기술 개발해 낸 열정과 창의력, KAIST 회생의 근원  
    흔하디 흔한 홍합에서 인공뼈 개발 신기술을 발견해 내고, 최첨단 신소재지만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탄소나노튜브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극복해 낸, 그 열정과 창의력이 바로 KAIST를 회생시키고 있는 힘의 실체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만든 젊은 교수들과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이 힘의 원천이다.    

    학교의 새로운 비전 ‘인류를 위한 지식창출’…‘열정’, ‘창의’, ‘진리’를 핵심가치로
    KAIST는 17일 개교 40주년을 맞이해 학교의 장기발전전략을 담은 ‘KAIST Vision 2025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1400명이 넘는 축하객이 자리를 함께 해 KAIST에 대한 국민들의 변치않는 관심과 애정을 보여줬다.

    이날 KAIST는 40년 전 국민들의 세금으로 설립될 당시의 건학 정신을 고스란히 담은 비전과 핵심가치, 목표를 공개했다.

    학교가 ‘비전’으로 선포한 것은 ‘인류를 위한 지식창출’이었다.

    KAIST를 사람 몸에 비유하면, 두 다리는 한국사회를 발판으로 하여 굳건히 서있고, 두 팔은 세계 여러 나라의 학자와 학생을 가슴에 품고 있으며, 두 눈은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KAIST는 조국의 미래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앞장설 비전을 가지고 있음을 이날 자랑스럽게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