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4개월만에 86% 해제..규제 사실상 '유명무실'전문가들 부동산 침체.."땅값 급등은 없을 것"
  •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 국토 면적의 3.4%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외지인의 토지 투기를 막고, 땅값 안정에 기여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 규제가 풀리면서 거래량이 늘어 국지적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땅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년여만에 86% 해제..왜 풀었나 =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들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본격적으로 해제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총 4번에 걸쳐 지구를 해제했다.

    땅값 안정과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2009년 1월1일 기준 1만7천275㎢이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2009년 1월말에 59% 규모인 1만238㎢ 해제했고, 같은 해 5월 163㎢를 추가로 풀었다.

    국토부는 이후에도 토지시장 안정과 장기 지정에 따른 주민 불편을 이유로 지난해 말 2천408㎢를 해제한데 이어 이번에 다시 2천154㎢를 해제했다.

    중간중간 개발계획이 나올 때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묶이고, 풀리기를 반복해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남은 토지는 2천342㎢다.

    해제를 시작한 2009년 1월 이후 2년4개월만에 86.4%가 해제되고 13.6%만 남은 셈이다.

    국토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해제를 결정한 것은 2009년 4월 이후 땅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009년 땅값 상승률은 전년 대비 0.96%, 지난해는 1.05%로 1%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못미치는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월평균 0.1% 안팎의 상승률로 안정세다.

    지난해 토지거래량이 전년 대비 7.9%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토지 투자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 급등 또는 우려가 있는 곳에 지정하는 것이어서 최근 토지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계속 묶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장기 지정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최근 땅값 상승을 주도해온 보금자리주택지구나 개발호재가 있는 곳은 해제지역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사ㆍ감일ㆍ감북 등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하남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월 0.4~0.5%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경남 거제시ㆍ함안군 등도 거가대교 개통과 남해고속도로 건설 등 개발사업 영향으로 평균 이상의 상승을 보이고 있어 해제 대상에서 빠졌다.

    ◇전문가들 "땅값 급등 없을 것" =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곳은 앞으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없이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해지고, 용도별로 2~5년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 하던 의무조항도 사라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침체된 토지시장의 거래가 늘면서 국지적으로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은 "이번 해제로 서울 및 수도권의 땅값이 소폭이나마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겠느냐"며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건설경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땅값이 폭등하는 등 토지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토지시장의 선행성을 보이는 주택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해제후 바로 가격이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개발 호재 등 특별한 재료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시중의 유동성이 토지시장으로 유입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도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고 앞선 세차례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땅값은 물가 상승률 이하의 안정세가 지속돼 왔다"며 "다만 토지거래에 대한 제약이 풀린 것은 분명한 만큼 거래가 늘면서 가격이 일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지가 불안의 우려가 있는 곳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소장은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신속하게 거래허가구역에 재지정하는 탄력적인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