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소프트뱅크, '속전속결 '데이터센터 설립
  • KT와 일본의 통신회사 소프트뱅크가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컴퓨팅 협력을 추진하게 된 것은 이석채 KT 회장의 적극성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결단력의 산물이다. 

    30일 KT에 따르면 이 회장과 손 회장은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단 한 번 만나고 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합작회사 'KT·SB 데이터 서비시스(가칭)'를 설립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두 회장의 만남은 지난달 12일 저녁 손 회장이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클라우드 사업 협력과 관련해 도쿄에 오실 수 있습니까"라고 갑작스러운 부탁을 한 것을 이 회장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성사됐다.

    손 회장은 당시 한국에서 KT의 시설을 둘러보고 온 아타 신이치 소프트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에게서 KT의 클라우드 시설을 활용한 협력사업 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다가 이 회장을 직접 만나 사업을 확대 추진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는 작년 5월 KT로부터 KT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설을 이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처음 받고 같은 해 9월 실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3월 일본 대지진과 전기 대란이 발생하자 손 회장은 '상대적으로 지진에서 안전하고 전기료가 저렴한 한국에 아예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 안전하고 경제적인 데이터 서비스를 원하는 일본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KT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은 비즈니스와 관련해 의사결정이 굉장히 빠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소프트뱅크를 가 봐도 마치 벤처기업처럼 업무 처리와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KT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해 직접 발벗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뿐 아니라 유럽 등 통신회사에 협력사업을 먼저 제안했으며, 작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세계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클라우드 홍보·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그 결과 이 회장은 KT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지 약 1년 만에 첫 해외 진출의 성과를 냈다.

    두 회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날 본격적인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전에 이미 김해에 데이터센터 구축 공사를 시작했다.

    KT와 소프트뱅크가 협력사업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를 외국에서 관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왔으나, 대지진 이후 데이터를 외국에서 관리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꿔 KT의 클라우드 해외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회장과 손 회장이 지진으로 어려움에 빠진 일본 기업을 돕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다는 것도 협력 사업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지진 소식이 전해지자 이 회장은 소프트뱅크 측에 "지진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일본 기업들이 상황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지속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을 생각해보자"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손 회장은 일본 지진 성금으로 100억원을 기부하는 등 일본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 회장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KT 관계자는 "손 회장은 비즈니스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가 재일교포라는 사실이 KT와 협력하는 데 감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피를 물려받고 일본에서 자란 내가 과연 어디 소속인가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아시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해 적어도 한국 혈통을 의식하고 있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