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일 락앤락회장은 2일 베트남 호찌민 지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2012년까지 한국과 중국의 공장은 내수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하고 베트남을 새로운 수출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락앤락은 호찌민 인근 연짝에 생산공장을 가동중이고 붕따우엔 유리용기를 제조하기 위한 내열유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면 대기업의 업종 확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직원의 급여는 물론 만족도를 높여야 대기업으로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의 '을'이 되고 있어 이익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유통업체가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해결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 일문일답.

    --베트남에 투자하는 이유는.

    ▲과거엔 중국에 집중했는데 중국이 매년 인건비가 30%씩 오르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는 처음 진출했을 땐 한국의 20분의 1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분의 1이 됐다.

    이제 중국은 생산기지로서 매력은 없어진 대신 내수기지는 성장성이 크다.

    중국의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혜택도 2008년 없어졌는데 베트남은 남아있는 곳이 아직 있다. 그 세제혜택을 받으려고 땅을 선매입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25ha(헥타르)를 사 공장 3곳을 지었고 이번달 10ha까지 합하면 모두 50ha를 사뒀다. 중국의 2배다.

    올해 내린 결정은 한국과 중국 공장에선 2012년부터 수출하지 말자는 것이다. 인건비, 세제혜택, 동남아 면세수출이라는 장점이 있는 베트남을 수출기지로 삼겠다.

    --블록화 경영을 강조해 왔다.

    ▲세계를 6개 블록으로 나눠 각 블록의 특성에 맞춰 생산·자금·R&D·인력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현재 동남아 지역인 3블록이 가장 활발하다.

    --유리용기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존 플라스틱 용기에서 많이 변화하는 것이어서 고심을 했다. 유리는 플라스틱보다 투자대비 효율성이 적고 건설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5년간 유리를 외주생산했는데 매년 매출이 배로 성장하더라. 또 강화유리 용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소비자가 의식하기 시작해 고가임에도 내열유리 용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강화유리로 한다면 굉장히 사업하기 쉽지만 결국 내열유리를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내열유리는 주방용기뿐 아니라 산업용으로도 사업 가능성이 크다.

    내열유리가 비싸지만 베트남에서 만든다면 비용이 30%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왔고 그래서 직접 내열유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락앤락은 중소기업의 성공모델이다. 최근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문제가 큰 이슈인데.

    ▲대기업들도 그간 항상 동반성장을 얘기했지만 이를 실천하려면 자기 이익을 포기해야 해서 실질적으론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6년전 쯤에 중국의 우리 회사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자기들도 중국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대기업과 거래하면 5년만에 이익이 나지 않아 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기업이 의지가 있어야 한다. 사과를 자르면 꼭 절반씩 나뉘지 않는다. 이럴 때 상대편에 큰 것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 LG같은 대기업에서 락앤락의 주방용기 사업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나.

    ▲우리 사업 분야가 진입장벽이 엄청나게 높다. 대기업이 조직력과 자금으로는 얻을 수 없는 '암묵적 지식'이라는 게 있다.

    대기업이 진입하면 중소기업이 진다고 하면 중소기업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내재적 가치를 굳건하게 한 중소기업은 무너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라도 이미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훈련했다면 대기업에 지지 않는다.

    대기업의 인력빼가기가 문제인데 중소기업 내부적으로 우수 인력을 지킬 수 있는 응집력을 강화해야 한다.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우리사주제도와 같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만족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가장 좋은 직장이라고 알려진 삼성전자 이직률이 얼마나 되는 줄 아나.

    직원이 얼마나 회사에 애착을 갖고 충성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감한 문제인데 개인적으론 공감이 잘 안 되더라. 그것보다 더 창조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금액으로만 해야 하나. 진심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면 길이 있을 것 같다.

    '갑과 을'의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더라. 이러면 안 된다. 서로 영역을 인정하고 아량을 가져야 한다.

    --유통업체가 커지면서 제조업체와 '갑과 을' 관계가 굳어지고 있다.

    ▲유통사의 수수료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커진다. 40∼50%가 수수료다. 이런 수수료를 안고 납품할 수 있는 제조업체가 어딨나. 이 정도 수수료를 내려면 판매가격이 원가의 5배는 돼야 한다. 이런 물건을 찾는 소비자가 없다.

    영업채널에 대한 연구도 제조자의 몫이다. 다국적인 판매채널이 필연적인 탈출구다.

    한국내에서 판매채널로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유통업체도 현재 제조업체를 대하는 내부적인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도 대형마트와 얘기를 많이 해봤지만 아직은 얘기가 잘 안 통하더라.

    --인수·합병 계획은.

    ▲주방용품 관련 회사를 찾고 있는데 아직 마땅한 회사를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시장이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가.

    ▲'정리가 잘 안된' 국가에 뭔가 있다. 같은 금액의 광고를 해도 선진국보다 후진국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 중국의 인구 100만명 이하의 중소도시가 셀수도 없고 남미, 동유럽, 터키, 아프리카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해당 지역에서 영업도 자기 손으로 해야 한다. 현지 업체에 맡기면 안된다. 그럼 성장력에 한계가 있다. 배수의 진을 치고 스스로 영업까지 해야 한다.

    --추구하는 기업 모델은

    ▲P&G같은 회사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에선 락앤락이 밀폐용기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중국과 베트남에선 이게 많이 희석됐다.

    P&G는 관련있는 생산품을 해외에 직접 팔면서 삼성전자보다 매출이 더 큰 회사가 됐다.

    한 회사가 크게 성공하면 그 분야에 다른 기업이 나온다. 우리가 성공하면 다른 회사가 새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결국 제품이 성공의 비결이다. 몸매가 좋은 사람은 청바지에 흰 티만 입어도 멋지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어지니까 화장하고 성형하는 것 아니겠나.
    (호찌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