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는 계열사의 사업적 판단"CJ "우리를 탈락시키려는 목적"
  • 대한통운 인수전이 포스코와 손을 잡은 삼성과 CJ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27일 금융권과 관련기업에 따르면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들이 이날 본입찰을 마감한 결과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3개 기업 가운데 롯데그룹을 제외한 포스코ㆍ삼성SDS 컨소시엄, CJ 등 2개 기업이 본입찰 제안서를 냈다.

    포스코와 삼성SDS의 컨소시엄 구성 소식이 알려지면서 입찰 철회를 고심했던 범 삼성가 CJ가 입찰에 뛰어들어 관심을 끌었다.

    CJ그룹 관계자는 "마감 직전까지 고심한 끝에 본입찰 참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CJ는 인수 경쟁에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하고 삼성증권이 이 여파로 CJ와 자문 계약을 철회하면서 본입찰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CJ그룹 측은 "CJ와 인수자문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삼성SDS의 인수전 참여가 독자적 결정이라기보다 삼성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으로 보고 있으며, 의도가 무엇인지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본입찰을 나흘 앞둔 23일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자금력과 인수 시너지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S는 매각 지분 가운데 5%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참여 여부를 오랫동안 저울질했던 롯데그룹은 이날 실무자가 관련서류를 접수처까지 들고왔으나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최종 결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금호터미널 등 자회사 분리 매각으로 예비입찰 때와 매각 규모가 많이 바뀌었다"며 "막판까지 치열한 논의를 하다가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금호터미널, 아스항공, 아시아나공항개발 등 3개 자회사를 대한통운과 분리매각키로 방침이 정해질 당시에도 발을 빼는 방안을 검토했다.

    산업은행, 노무라증권 등 매각 주간사들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18.98%와 18.62% 등 총 37.6%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주간사들은 28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초까지 인수대금 입금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끝낸다 목표다.

    한편 계열사인 삼성SDS를 앞세워 뒤늦게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을 두고 '한뿌리'인 삼성과 CJ가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것에 대해 삼성은 "그룹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계열사가 사업의 관점에서 자체적으로 내린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CJ는 "CJ를 탈락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J그룹의 한 핵심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별다른 실익이 예상되지 않는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한 것은 CJ를 탈락시키기 위한 의도 이외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이 경영권도 없는 대한통운 지분 4.99%에 2천억원 안팎을 투자해 얻는 성과가 연간 50억원 정도의 이익밖에 없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CJ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씨가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내준 일과 1994년 삼성과 CJ(당시 제일제당)간 계열분리 당시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 쪽이 보이도록 CCTV를 설치, 출입자를 감시하도록 한 사건 등과 결부해 두 그룹의 '구원(舊怨)'을 거론하기도 한다.

    'CC TV 사건' 당시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삼성 계열사이던 제일제당을 계열분리해 독립하겠다고 선언하자 삼성 측이 이 같은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자 이재현 회장 집에 드나드는 인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후 각자 갈길을 가며 가라앉는 듯하던 이들의 앙금은 최근 삼성SDS의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 삼성증권의 CJ 자문계약 취소와 이에 대한 CJ 측의 반발로 재차 수면위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CJ와 삼성 수뇌부에 밝은 한 소식통은 "CJ의 대한통운 인수 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삼성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그룹 수뇌부의 CJ 길들이기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에대해 한마디로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두 집안 사이의 앙금 때문에 일부러 CJ를 탈락시키기 위해 삼성이 포스코와 손잡고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순수한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인수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과 CJ 오너들이 선대 회장 100주년 기념식도 함께 치렀고 별 문제가 없지 않았나"라면서 "지금 와서 20년 전 사건과 연관짓는 게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이건희 회장이 그런 일에 신경을 쓸 때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는 그룹이나 미래전략실 차원에서는 신사업도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보고받거나 관여하지 않았다. 사업 확장이나 1천억~2천억원 규모의 투자는 각 계열사가 알아서 한다"고 설명하고 "삼성SDS가 최근에 파워풀한 IT물류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그걸 포스코에 팔고 싶어 순수하게 사업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CJ는 삼성SDS의 뒤늦은 인수전 참여에도 불구하고 27일 마감된 대한통운 본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CJ 관계자는 "삼성SDS의 지분 투자가 미래전략실 등 삼성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없이 진행됐다고는 믿을 수 없다"며 "CJ와의 인수자문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책임을 묻는 한편 삼성의 의도가 무엇인지 끝까지 추적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