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수성' VS 佛 `기대감'
  • `포스트-리비아'에서 경제적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서방국들의 각축전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카다피 `룰'에 지배됐던 리비아 시장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계약의 유지와 확장에 나서려는 서방 기업들과 신규 계약을 따내려는 서방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비아 새 정부가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권의 안정을 꾀하려면 국가 재건과 성장이 필요한 만큼 돈줄인 원유를 증산하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이탈리아 `수성'? = 리비아 변화상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서방국가는 리비아를 한때 식민지로 뒀던 이탈리아.

    반군이 트리폴리를 점령한 이후 반군대표인 과도국가위원회(NTC) 2인자 마무드 지브릴이 가장 먼저 만날 외국 정상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라는 점은 그간 양국 관계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리비아 내 최대 투자국으로 자국 소비 석유·가스의 3분의 1을 리비아산(産)에 의존한다. 반대로 리비아 정부는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우니크레디트 지분 7.5%, 유벤투스 축구구단 지분 7% 등을 포함해 이탈리아 기업 여러 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합법적인 새 정부가 리비아 전역을 통제하면 기존 계약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양국 정부 간 또는 기업 간 맺은 계약들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이에 대해 NTC도 "카다피 정권에서 맺었던 모든 협정은 유효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가격 등 계약조건의 변경을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로마에 있는 `뱅크 인싱어 뷰포르트'의 투자책임자 파트리지오 파자길라는 "리비아 시장이 다시 열리면 이탈리아 에너지기업인 에니(Eni)가 기존 계약들을 지키려고 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날 "6개월간의 리비아 사태에서 첫번째 희생자를 꼽는다면 이탈리아와 카다피 정권과의 관계"라며 이탈리아가 새로운 리비아에서 어떻게 이득을 올릴 지가 관심이라고 보도했다.

    ◇ 프랑스·영국·미국 `기대' = 프랑스는 카다피 정권 와해를 이끌어 낸 일등공신 중 한 국가다. 국제사회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주저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카다피군에 대한 공습을 주장했고, 또 가장 먼저 NTC를 합법적 정부로 인정했다.

    프랑스와 NTC 간 접촉에 관여하는 익명의 프랑스 관리는 리비아 새 정부가 새로운 계약들을 맺기 시작하면 프랑스 기업들이 무시돼선 안 된다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관계연구소(IIF)의 에너지·군사전문가 니콜로 사르토니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많은 걸 걸었고, 이제 그는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르토니는 "국제법에 보호받는 만큼 기존 계약들을 건드릴 기업들은 없을 것 같지만 새로운 계약들은 새 정부의 손에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털(Total)은 리비아에서 에니 다음으로 많은 원유를 생산했다.

    특히 리비아가 카다피 정권 시절 오는 2017년까지 자국 원유 생산 능력을 대폭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해온 데다 새 정부가 국가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줄인 원유 개발권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리비아 원유시장을 놓고 서방 기업들이 국가의 직·간접 지원 속에 극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아울러 스위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 해외에 동결된 1천700억달러에 달하는 리비아 동결 자산도 리비아에서 이득을 추구하는 서방국에는 유용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방 각국이 리비아 재건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NTC 등과 협의를 거쳐 리비아 동결 자산을 해제할 것이라고 속속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률적 절차 등으로 모든 동결 자산의 해제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돈이 시급한 리비아 새 정부로서는 동결 자산을 보유한 서방국들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는 동결 자산을 보유한 서방국이 자국 국익 확보에 지렛대로 삼을 만한 요소다.

    이런 측면에서 리비아 사태 초기 군사작전을 꺼렸던 독일과 터키가 자산 동결의 신속한 해제를 촉구하고 나선 대목은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은 리비아 반군 지원이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터키는 카다피와 반군 간 협상 타결을 통한 리비아 사태 해결을 가장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한편 리비아 군사작전에 반대했던 중국은 좁혀진 입지를 다시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내전 발발 이전 리비아에서 원유개발, 사회기반시설 건설, 엔지니어링 등 분야에서 미화 188억달러 규모의 5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중국이 뒤늦게 반군 세력을 리비아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고 나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그동안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키워온 '외교력'으로 서방을 견제하면서 리비아 기득권을 지켜낼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