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면 욕‥대한민국 중고생들은 왜 욕을 할까?욕할 때 나온 침 맞고 실험용 쥐 사망‥죽음의 독?
  • 방과 후, 친구들과 공원에 모인 여섯 명의 남녀 고등학생들. 이들을 관찰한 지 20분 만에 육두문자를 포함한 욕 400여 개가 쏟아진다.

    시사 프로그램에 나올만한 문제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성적이나 품행 면에서 여러모로 평범한 고등학생. 대화의 주제도 평범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욕은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도 아니다. 욕을 잘하는 것이 오히려 은밀한 권위의 표지이자 멋의 대명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언어학자들은 10년 후쯤 이 말들이 사전에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EBS [다큐프라임] '욕, 해도 될까요?'는 청소년 스스로 욕의 해악을 실감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자각 프로젝트이다. 청소년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는 교실 실험 프로젝트로 청소년의 언어사용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보고를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을 병들게 하는 ‘욕설’의 해악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 주체는 청소년 자신이라는 자각을 이끌어낸다. 10월 3~4일 오후 9시 30분 방송. 

  • ■여학생들 입에서도 거침없는 욕설이‥

    평범한 중고생 4명을 대상으로 욕사용 실태를 관찰했더니 8시간 동안 평균 400여 개의 욕이 쏟아졌다.

    충격적인 것은 이 학생들이 소위 말하는 문제아이거나 불량 청소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욕은 이른바 공부도 짱이고 얼굴도 짱인 우등생과 그렇지 않은 열등생을 가리지 않고, 어린 여학생들의 입을 통해서도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일상어가 돼 버렸다.

    심지어는 부모님, 선생님 등 기성세대를 향해서도 노골적인 욕설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별, 나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청소년의 욕설 사용 실태! 그 충격적인 현장을 광범위한 관찰카메라를 통해 포착해본다.

    ■욕,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가장 많이 배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최초로 욕을 접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욕설이나 비속어를 접하게 되는 연령이 점차로 어려지고 있는 지금,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찾아 그들이 알고 있는 욕설을 적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절반가량의 학생들이 10개 이상의 욕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30개 이상의 욕을 사용하는 아이도 있었다.

    욕설을 처음 배운 시기는 유치원 때, 욕설을 배운 경로는 친구와 인터넷이라는 이들의 욕을 탐구, 그 불쾌한 경로를 추적한다.

  • ■욕은 일반 단어보다 4배 더 기억에 남는다?

    2004년 영국 런던대 존드웨일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욕은 일반 단어보다 4배나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한 가지 실험을 해 봤다.

    학생들에게 긍정어, 부정어, 금기어 등 72개의 단어를 들려 준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를 말하도록 한 것이다. 과연 그들이 선택한 단어는 무엇일까?

    ■독이 되는 욕 - 분노의 침전물

    욕은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과 엘마 게이츠 교수는 욕이 사람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말할 때 나오는 미세한 침 파편을 모아 침전물을 분석했는데,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침전물의 색깔이 달랐다.

    침전물은 평상시에는 무색이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땐 분홍색,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 욕을 할 때의 침전물은 짙은 갈색이 됐다.

    그리고 갈색 침전물을 모아 실험용 흰쥐에게 투여했더니 쥐가 몇 분 만에 죽고 말았다. 그는 이를 ‘분노의 침전물’이라고 이름 붙였다.

    욕 속에는 정말 ‘죽음의 독’이 숨어 있는 것일까?

    ■욕하는 뇌 vs 폭력적인 뇌

    욕이 뇌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사람이 욕설을 들었을 때 반응을 보인 뇌 부위는 편도체 근처의 변연계다.

    변연계는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관여하는 ‘감정의 뇌’에 해당하는데, 이 부위가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을 경우 스트레스가 누적돼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욕할 때의 뇌는 폭력 행동을 할 때의 뇌 상태와도 매우 비슷하다.

    폭력행동은 대뇌 변연계와 측두엽의 편도체 방전현상으로 일어난다.

    욕을 만드는 같은 지점이다. 또한 폭력 행동 때 나타나는 신체반응 역시 공격적인 욕을 할 때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뇌에서 나온 욕이 뇌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건데, 욕에 중독된 우리 청소년들의 뇌는 과연 안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