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배당성향 73.5%…금융지주사 `국부유출' 논란
  • <일부 금융회사 사주ㆍ外人 수익 싹쓸이>(종합)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의 임금과 배당금은 다른 업종에 비해 유난히 많다.

    이들 금융기관은 금융위기 때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났음에도 막대한 수익이 생기자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돈 잔치'를 베푼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1년간 순이익의 30%를 사주 일가에 주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사에서는 외국인 주주들이 고액 배당을 받아가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권 임직원들은 국내 간판급 수출기업보다 많은 급여를 챙기는 방법으로 `탐욕'에 동참했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부실 경영에 따른 손실을 사회화하고 이익이 생기면 그들끼리 먼저 나눠 사유화하는 구태를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권 소득·배당 `펑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금융회사들이 도덕 불감증에 휩싸였다는 지적이 왜 나오는지 짐작이 간다.

    국내 4대 금융지주와 10대 증권사 직원들은 2011회계연도 들어 월급으로 평균 651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기업 5곳의 직원 평균 월급 503만원보다 151만원이나 많은 액수다.

    이 중 월급이 가장 많은 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매달 876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대투증권(807만원), 삼성증권(768만원), 신한금융지주(752만원) 등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에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월급은 554만원에 그쳤다. 현대자동차는 489만원, LG화학은 473만원, 현대중공업은 461만원 등으로 모두 400만원대였다.

    금융권 주주들이 배당을 지나치게 많이 챙긴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6~2010회계연도) 금융권의 배당성향은 25.9%로 전체 평균인 20.3%를 웃돌았다.

    에너지(62.3%)의 배당성향이 매우 컸지만, 순이익 규모가 금융업종의 7분의 1에 불과해 5년간 배당금 액수는 금융업종보다 7조4천92억원 적었다.

    금융과 순이익이 비슷한 소재(16.7%), 산업재(18.1%), 경기소비재(13.9%) 등의 배당성향은 금융권보다 낮았다.

    주요 금융지주사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서 국부유출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작년 말 금융지주별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57.06%, 신한지주 59.81%, 하나금융지주 59.73% 등이었다. 이들 세 금융사의 지난해 배당금 7천111억원 중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챙겨갔다는 뜻이다.



    ◇증권사 배당성향은 은행권의 2배

    고액 배당을 겨냥한 화살은 주로 은행권에 집중됐으나 증권업계의 사정은 은행권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부 증권사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주나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제공했다. 이 때문에 사주가 지나치게 사익을 챙기고 국부가 유출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 5대 증권사의 지난 5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32.4%로 4대 금융지주의 17.5%보다 월등히 높았다.

    우리투자증권이 44.1%로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100% 지분을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에 3천2억원을 한꺼번에 배당해 5년 평균치가 36.9%로 뛰었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신한(22.9%), 우리(14.5%), 하나(11.5%), KB(9.7%) 순서로 배당성향이 높았다. KB는 2008년 이후 3년치 평균을 집계한 것이다.

    배당을 많이 해 주식시장에서 `유망 배당주(株)'로 꼽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유독 눈에 띈다.

    작년 회계연도 한양증권의 배당성향은 무려 73.5%에 달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의 4분의 3을 주주에게 나눠준 셈이다. 더구나 이 증권사의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는 사주라 할 수 있는 한양학원(외 9인)이다. 사주가 작년 순이익의 30%를 챙겨간 셈이다.

    지난해 대신증권과 유화증권의 배당성향도 각각 70.8%, 63.9%로 높았다. 대신증권의 최대주주는 양홍석 부사장 외 5인(지분율 8.35%), 유화증권의 최대주주는 윤경립 대표 외 26인(지분율 63.51%)이다. 역시 사주 일가가 최대주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특수관계인(지분율 32.49%)이 최대주주인 메리츠종금증권, 권성문 회장과 특수관계인(20.50%)이 최대주주인 KTB투자증권도 작년 순이익의 40% 이상을 배당에 썼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997년 1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증권·투신사가 받은 공적자금은 21조9천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에 투입된 86조9천억원보다 적지만, 보험(21조2천억원)이나 저축은행(8조5천억원)보다는 많은 금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ㆍ투신이 받은 공적자금은 모두 투신권에 쓰였다. 공적자금 혜택을 받은 증권사는 없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은 만큼 단순히 배당금이 많다는 이유로 은행권과 한 묶음으로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당국 개선책 모색

    금융권의 급여와 배당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병세가 심각한데도 자가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강제로 수술대 위에 올려 잘못된 부분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도와주고 이익이 생기면 바로 배당으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나름대로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개혁 움직임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최근 강경 발언에서 이미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금융권은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억대 연봉 체계에 대해 금융권 스스로 답을 내야지, 스스로 모른다면 금융권에 남아있을 자격이 없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배당 관행에는 "위기를 앞두고 흥청망청할 수 없다"는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급여나 배당을 어느 수준까지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직접 기업의 급여나 배당에 관여한다면 '관치(官治)' 논란을 부를 수 있고 국내 금융권에 칼을 뺄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미국은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일반 평직원의 300~500배 정도이고 인센티브제가 너무 많은 게 위기의 한 요인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양극화에 굉장히 민감한 시기여서 정부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에는 정부(국민연금)가 대주주인 곳이 있고 공적자금 투입 명분도 있어 충분히 요구를 할 수 있는 사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