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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채널, 시청률 무한경쟁 시작‥기선제압에 사활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맞불을 놓을 종합편성채널 4사(JTBC, MBN, TV조선, 채널A)가 1일 동시 개국했다.
오후 5시 40분부터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더 좋은 방송 이야기'라는 주제로 합동 개국 축하쇼를 연 '종편 4사'는 이날 메인뉴스를 시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시청률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과 차별화를 두고, 타사보다 돋보이는 방송을 하기 위해 '종편 4사'는 저마다 독특한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JTBC는 드라마 왕국을 재건하겠다는 목표 아래 예전 TBC 공채 출신인 관록의 연기자들을 대거 불러들여 드라마 전체에 무게감을 더했다는 평. 여기에 스타급 작가진과 피디들이 합류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공산이다.
채널A는 정통 코미디 부활을 선언, 복고풍 코미디를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오락 프로그램을 양산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짜임새 있는 드라마와 교양프로그램도 다수 준비, 오락성과 공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MBN 역시 케이블 방송의 노하우를 살려 한 발 앞선 기획과 완성도 높은 편집으로 볼거리와 정보가 풍성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계획이다. 특히 공채 개그맨을 자체 선발, 개그·예능 분야에서도 입지를 다져나간다는 방침.
애당초 뉴스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한 TV조선은 기존 신문 보도의 영향력을 방송으로까지 확장시켜 보다 깊이 있고 신속한 뉴스를 시시각각 전달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오락성이 풍부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곳곳에 배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복안이다.
"고정관념을 깨라!" 10시에도 뉴스를?
그러나 무엇보다도 종편 4사는 각 방송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뉴스'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다.
자칫 메인뉴스가 타사에 밀릴 경우 다른 프로그램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녁뉴스 시청자층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갖가지 방법과 아디디어가 총 동원되는 분위기다.
뉴스 방영 전 흥미 있는 시트콤이나 일일극을 배치하는 것은 기본. 종편 4사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파격 편성으로 지상파 뉴스의 틈새를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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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프라임 타임에 뉴스 편성 = JTBC는 드라마의 '프라임 타임'이라 불리는 오후 10시에 메인뉴스를 편성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이하경 JTBC 보도본부장은 개국설명회에서 "오후 10시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편안하게 뉴스를 시청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속보 중심이 아닌 어젠다와 이슈 중심의 깊이 있는 뉴스를 다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TV아사히나 영국의 ITV처럼, 8시나 9시에 뉴스를 방송하던 기존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진 JTBC는 5분 안팎으로 이뤄진 '블록형 뉴스' 등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을 활용한 심층 보도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또 뉴스 생산량이 적은 주말엔 메인뉴스를 8시 40분부터 40분 간 축소 편성하고 대신 고발 프로그램 등 주말 매거진 형태를 강화한다는 방침.
메인뉴스 앵커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차예린(26) 아나운서와 전용우(42) 앵커를 캐스팅, 관록과 패기가 묻어나는 진행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전 앵커는 부산방송 메인뉴스 앵커 경력을 지닌 베테랑 아나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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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지상파 2사 나와!" = 탄탄한 구독층을 자랑하는 조선일보가 모 회사인 TV조선은 막강한 매체 영향력을 쏟아부어 기존 MBC, KBS 1TV의 '양강 구도'를 깨겠다는 각오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선 "드라마와 맞짱을 뜨는 JTBC와 더불어 지상파 메인뉴스와 맞대결을 자처한 TV조선 역시 배짱 하나 만큼은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르는 분위기다.
산술적으로 볼 때 케이블·위성TV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한 종편 채널은 지상파 방송에 비해 시청률이 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정면대결을 자처한 것은 방송국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일간지 특유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TV조선은 하루 총 6번의 뉴스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속도전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특히 신문 편집국과 방송 보도국을 융화시켜 TV조선만의 특화된 뉴스를 만들겠다는 심산.
이를 위해 9시 메인뉴스에서 내일자 지면에 실릴 특종기사를 미리 공개하고 신문에 실린 고유 섹션을 방송용으로 재편집하는 컨버전스 시스템을 가동키로 했다.
메인 아나운서 자리에는 MBC에서 건너온 이하정(32) 아나운서를 앉혔다. 또 YTN 출신 김진우(45) 아나운서를 함께 배치, 깊이감을 더했다.
아침 뉴스에선 당일 지면에 특종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가 직접 출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코너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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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8시 뉴스'로 SBS와 시청률 경쟁 = 기존 MBN 케이블 채널로 보도국을 운영하며 역량을 쌓아온 종편 MBN은 관록과 깊이 있는 뉴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9시대가 아닌, 8시로 뉴스 시간을 옮겨 SBS와의 새로운 승부를 예고 하고 있다.
뉴스 시간을 앞당겨 KBS, MBC와의 맞대결은 피하게 됐지만 동시간대를 수년간 독점해온 SBS 8시 뉴스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야 한다.
MBN이 아무리 17년째 보도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경쟁력 있는 뉴스를 전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또 시트콤이나 일일극 등 가벼운 볼거리로 무장한 지상파 드라마와의 시청률 싸움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여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MBN은 단순한 속보성 뉴스에 그치지 않고 해설이 곁들여진 분석 기사를 강화, 시청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
메인 앵커로는 보도채널 MBN 출신인 이동원(48) 앵커를 앉혔다. 파트너로는 MBN 공채 출신인 이혜경(25) 아나운서를 메인 앵커로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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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정시에 뉴스가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 = 채널A는 독특한 편성 시간대를 예고했다.
정시가 아닌 30분 늦게 뉴스를 내보낸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
채널A 측은 정시 뉴스라는 고정관념을 깨 시청자들의 뉴스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해 시간대를 오후 8시 30분으로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채널A 역시 TV조선과 마찬가지로 다음날 지면에 실릴 기사들을 미리 보여주는 '미리 보는 동아일보' 코너 등, 신문과 방송이 융합된 형태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인 앵커 자리에는 SBS 출신 박상규(47) 기자와 한국경제TV 기자 출신 한정연(34) 기자를 나란히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