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는 권위주의 잔재" … 연이은 명칭 손질에 노동계 환영일부는 이념적 색채·행정 혼란 우려… 상징 정치 과몰입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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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0일 세종시 정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근로감독관 100인과 함께하는 주요 근로감독 정책 공유회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73년 만에 근로감독관의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가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고용노동부 약칭을 노동부로 변경한 데 이어 또다시 노동 관련 용어를 손질하면서 '상징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용노동부는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근로감독 행정 혁신 방안' 발표 자리에서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 노동 현장을 감독·수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노동부는 1953년부터 사용해온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바꿔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최종 확정된 명칭은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공식 사용될 예정이다.이번 명칭 변경에는 민주노총 출신인 현 노동부 장관의 의지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 출신 장관이 부임한 이후 정부가 '근로' 대신 '노동'이라는 표현을 잇달아 손질해 온 흐름과 맞물려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강조하는 상징적 조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다.노동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근로(勤勞)'라는 단어가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정권에서 노동운동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된 용어라는 점에서, 가치 중립적인 '노동(勞動)'으로 바꾸는 것이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민주노총 관계자는 "근로라는 용어는 노동자의 권리를 강조하기보다 의무와 헌신을 미화하는 정치적 언어인 반면 노동이란 용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립적이고 주체적인 단어"라며 "노동계가 받아들이는 두 단어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라고 말했다.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동'이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투쟁과 갈등, 노동운동과 연결돼 온 만큼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색채를 띠어 행정 용어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법률·제도·행정 전반에서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할 행정 비용도 부담으로 꼽힌다.특히 정부가 정책의 디테일보다는 노동 관련 명칭 변경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노동부는 공식 약칭을 '노동부'로 바꾸기 전부터 임의로 해당 명칭을 사용해 정부조직법 절차를 무시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중앙부처 약칭 변경은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라야 하지만, 당시 노동부는 행안부와의 합의 없이 약칭을 변경했다. 이에 노동부가 산업안전, 청년실업, 최저임금, 정년연장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도 상징 정치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명칭 변경은 대국민 공모와 노·사 전문가 등이 참여한 명칭변경 심의·결정위원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한 것"이라면서도 "일각에서 정부가 경영계에 비해 노동계 현안에 과몰입한다는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