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간판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선전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세계 5위권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올해 세계 주요 자동차회사 중 유일하게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내년 대외 경제 환경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철저한 대비가 없으면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간판기업 위기서 `선방'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시가총액 1~3위 종목들은 외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IT 분야 세계 5위 기업에 들어갔다.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IBM, 인텔 등에 이어 7위였다. 그러나 올해 주가 상승으로 인텔과 차이를 확대했고 최근에는 오라클을 앞질렀다.

    지난 23일 현재 삼성전자 시총은 1천369억달러였고 오라클은 1천310억달러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시총 격차는 작년 말 64억달러에서 127억달러로 벌어졌다.

    현대차는 올해 세계 주요 자동차회사 중 유일하게 시총이 늘어났다.

    현대차의 시총은 23일 현재 412억달러로 작년 말의 338억에 비해 21.89% 증가했다. 지난 7월 현재 520억 달러에 육박하던 현대차의 시총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320억 달러까지 급감했지만 400억 달러 위로 다시 올라섰다.

    GM의 시총은 33.86% 급감해 현대차에 역전을 허용했다. 포드는 시총이 33.86% 줄어 현대차와의 차이가 4억 달러에 불과했다. 도요타(-18.92%), 혼다(-24.30%) 등 일본 업체들의 시총도 지진 피해로 줄었다.

    올해 포스코의 시총은 세계 철강회사 가운데 1위다.

    작년 말 아르셀로미탈의 시총은 590억달러로 포스코의 376억달러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유럽 재정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반토막났고 포스코는 이 회사의 시총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포스코 시총을 넘볼 경쟁업체는 당분간 나타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일본제철의 시총은 163억달러로 32.92% 감소했고 대만의 차이나스틸과 일본의 JFE홀딩스는 각각 포스코 시총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 간판기업들 부상 요인은

    국내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의 업체들에 비해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외 변수로 시장이 불안했지만 한국 경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대표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사를 따돌리고 약진할 수 있었던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 요인중 하나는 경쟁사들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올해 일본 동북부 지역에 쓰나미 피해가 발생해 현지 화학·자동차부품 공장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애플사(社)에서는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돌연 사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수출기업에 유리한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남다른 기술력과 영업력을 갖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해 3분기에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이 보급돼 스마트 기기 수요가 증가한 점도 호재였다.

    현대차는 유럽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부진한 와중에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포스코는 경기둔화로 철강 시황이 매우 나빠졌지만 경쟁사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업이익률 10%를 지켜냈다. 일본과 중국의 철강회사들은 영업적자를 낼 정도로 고전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업체들은 10년 전부터 세계 경쟁사들을 따라잡아 왔다. 최근 들어 가속화한 것이다. 2006년에 약 60조원이었던 국내 기업들의 총 영업이익은 지난해 100조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수웅 센터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현재 진행형이고 미국과 중국 경기도 불투명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운 상황이 계속돼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