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교동시장 ‘동백아가씨 합창단’
  • ▲ 합창단원들은 매주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 합창단원들은 매주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노래가 들려오자 관객들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구슬픈 목소리가 이들의 가슴을 울린 것이다.
     
    가수 이미자의 공연도 아니고, 프로들의 무대도 아니다. 여수 교동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동백아가씨 합창단’의 공연이었다. 다듬어진 목소리는 아니지만 절절히 전해오는 가사 말은 듣는 사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동백 아가씨 합창단은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 시장과 문화체육관광부 문정성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5월 결성됐다.

    교동시장 문화 사업을 총괄하는 유재홍 단장은 “첫 시작은 번듯한 합창단이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느 날 시장에서 공연팀이 와서 이미자씨 노래를 부르는데, 상인분들이 노래가사를 다 알고 따라 부르더라구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옛날노래를 배우는 교실을 만들게 됐죠.”

    시작은 미약했다. 장사를 쉴 수 없기에 상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었던 것이다. 유 단장을 상인들을 찾아가 끝임 없이 설득한 끝에 노래교실을 열 수 있었다.

    그런데 노래연습만 시작했다하면 상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미자씨 노래가사가 슬프잖아요. 단원들이 본인의 처지와 비슷했는지 자꾸 우시더라구요. 수업만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을 정도죠.”

    상인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준 것이다 “치유와 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유 단장은 털어놨다. 

  • ▲ 동백아가씨 합창단이 축제에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부르고 있다.
    ▲ 동백아가씨 합창단이 축제에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부르고 있다.

    동백아가씨 합창단도 이미자의 동백꽃아가씨 노래에서 출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엔 몇 명으로 단촐하게 시작됐지만 지금은 22명의 단원이 있다. 

    합창단 단원인 장춘심(55)씨는 “합창단을 하면서 삶이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십년 동안 노점상을 해왔지만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쓴 적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노래봉사를 다닐 때가 가장 행복해요. 노인정에 가서 이미자씨 노래를 부르는데, 할머니들이 두 손을 잡아주시면서 더 해 달라고 하는데…”라며 장 씨는 말끝을 흐렸다.

    동백아가씨 합창단은 시장 동아리에서 출발해 이제는 여수를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부상했다. 노래로 자신감을 얻은 단원들은 이제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특산품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 ‘여수의 부엌’이라는 상표를 달고 돌게장과 돌산 갓김치 등을 함께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수익금은 합창단 운영비에 사용될 계획이다. “회비가 마련되면 전국으로 돌아다니면서 가슴 찡한 노래공연을 하고 싶다”고 장 씨는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