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골프 산업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사양 길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경기침체와 취미활동 변화로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간) 전미골프재단에 따르면 미국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 수는 지난 5년 사이에 13%나 줄었다. 골프 회원권은 20년 전보다 100만개나 감소했고 반값도 모자라 반의반 값에 회원권을 파는 프라이빗(회원권) 골프장도 나오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골프장 단지 내 주택도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유명 골프장이 밀집한 캘리포니아주 남동부 코첼라밸리에서는 매물로 나온 주택은 4채 중 1채가 골프장을 끼고 있는 집이다.

    운영난에 빠진 코첼라밸리의 골프 리조트 회사들은 1억원이 넘던 회원권 가격을 70%까지 내렸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문을 닫는 골프장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와이 그랜드 와일리아'와 `애리조나 빌트모어' 등 5개의 골프 리조트를 소유하던 헤지펀드 `폴슨'이 운영난을 들어 파산보호 신청을 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고객의 발길이 뜸해진 골프장과 집값이 폭락한 주택 업자들 간에 피해배상 소송건도 급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에 코스를 개방하는 프라이빗 골프장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새로 지어진 골프장 3천400개 곳 가운데 대중 골프장은 9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내 골프 열기가 시들해진 것은 경기침체 탓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은 경기와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였는데도 18홀 코스를 한번 도는 라운딩 수는 전년에 비해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가 비싸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골프장에 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USA 투데이는 "미국에서 골프 치는 사람이 어느새 `희귀종'이 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DC, 애틀랜타 등 한인 밀집 도시나 명문 대학을 끼고 있는 대학 도시들의 골프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주) 인근 골프장 관계자는 "주중이나 주말이나 예약객의 평균 30%는 한국인 교수와 기업체 직원 등 한국 연수생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 지역에선 한국인이 없으면 골프장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가 2015년 한국에서 미국과 아시아ㆍ아프리카 연합팀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열기로 한 것도 한국의 골프 대중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