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악한 프로그램 ‘정율성’
    더 추악한 제작자와 간부들 

     
     KBS공영노동조합    
     
      어제 『KBS스페셜』로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편이 방송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이번 프로그램은 共産軍歌 전문 작곡자로서의 정율성의 핵심은 철저히 숨기고 실체가 불분명한 항일 행적과 인간적인 면만을 장황하게 나열하며 그를 미화하기에 급급했다.
      
     KBS공영노동조합은 여러 차례의 성명서를 통해 정율성이 중국과 북한에서 기억되는 이유가 <인민해방군가>와 <조선인민군가>로 대표되는 군가, 행진곡 작곡가이기 때문임을 적시한 바가 있다.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에서 그 부분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인민해방군가> 외 다른 군가는 전혀 다루지 않았고, 또 다른 대표곡으로 정율성이 북한군에 전쟁을 잘 하라고 만들어 준 <조선인민군가>는 일체 언급이 안 되었다.
      
     대신 모호한 항일행적과 <연안송>, <연수요>처럼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가 덜한 노래 몇 곡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는 말미에 역사학자도 아니고 음악전문가도 아닌 김대중 정부 당시 정보분야 책임자가 나와서 ‘이런 분도 외면하지 말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자’는 멘트로 결론을 맺었다.
      
     이런 식이라면 그 어떤 惡漢도 합리화되겠다.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에 대해서도 그들의 역사적 죄과는 외면한 채 그들 입장의 상황 논리만을 확대한다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고재봉, 온보현, 강호순 같은 연쇄 살인범도 살인 얘기는 안 하고 평소 때의 일상적 모습을 위주로 보여주고 비극적 삶을 살았네, 어쨌네 하며 감상적으로만 다룬다면, 『KBS스페셜』의 또 하나의 아이템이 되어 무난히 미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제작자는 비겁하다.
     
     마치 이 한편이 PD사회 제작자율을 가늠하는 척도라도 되는 듯 목소리를 높이더니 정작 프로그램에서는 핵심을 이렇게 철저히 피해가다니 말이다. 그토록 정율성이라는 인물에 애정이 있고 자신감이 있었다면, 그의 진면목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그의 노래가 13억 대륙을 흔들었다는 것인지, 그게 주로 무슨 내용의 노래인지, 그 노래들이 당시 무슨 역할을 했는지, 그런 노래에 대해 그 당시에나 후에나 그가 어떤 심경을 남겼는지, 지금은 어떻게 기려지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율성은 중국 공산군을 위해 군가를 줄기차게 지어 바쳤고, 6.25 전쟁에도 참전하여 노래로 북한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올려줬고, 문화혁명기 광풍 속에서 독재자를 찬양하는 <毛澤東詩詞> 20 편에 곡을 붙여 줬다.
     
     그리고 ‘혁명’과 전쟁이 끝난 지 한참지난 1963년에도 “노래는 오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무기이며, 혁명의 무기다. 우리는 이 위대한 나라, 이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시대에 있어 우리의 노래 소리는 더욱 웅장하고 우렁차야 할 것이다.”고 신문(북경만보)에 기고할 정도로 이념에 철저했다.
     
     이런 내용은 축소하거나 깡그리 빼면서, 그를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내용만 중점적으로 다룬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를 제작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CP, EP, 다큐멘터리국장, 콘텐츠본부장에게도 묻는다.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당신들의 생각은 과연 무엇인가?
     
     정율성 같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은 있는 그대로 방송해도 문제고, 이런 식으로 주객이 전도된 내용으로 방송해도 문제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韓中수교기념이 아니라 朝中수교기념에 어울리고, KBS보다는 조선중앙TV에서 방송하는 것이 나을 이런 프로그램의 제작 단계마다 꾸역꾸역 결재 클릭을 누르면서 가슴 속에 일말의 거리낌이 없었는가?
     
     프로그램 내용이야 어떻게 됐든 아래로부터 욕 안 먹고 줄타기나 적당히 하자는 것인가? 그것이 국가기간 공영방송 보직자로서 올바른 처신인가?
     
       이번 프로그램은 KBS의 또 하나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판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이번 프로그램 제작자에 그칠 일이 아니다.
     
     KBS가 해도 될 일인지 아닌지에 대해 소신도 철학도 없는 제작, 편성, 심의 부서의 기회주의적 보직자들, 그리고 KBS의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전반적 책임이 있는 김인규 사장이 함께 져야 할 것이다.
      
     지금 KBS에는 반국가, 반정부 성향을 드러내야 자율성이 확보된 것으로 행세하는 비뚤어진 문화가 일부 제작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자율의 전제는 다양성과 자유다. 획일적 시각에 눌려 있는 집단이 주장하는 자율은 정당성이 없다.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펼치는 것을 제작 자율로 호도하지 말라.
     
     그리고, 대한민국 법률의 보호와 감시를 받고 있고 가가호호 수신료를 거두어 들이는 KBS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공격하고 부정하지 말라.  
     그럴 거면 KBS를 속히 떠나 재야 운동가로 나서라.
      
     끝으로 You-Tube에 올라 있는 정율성 작곡 <인민해방군가>전곡을 한번 감상해 보자. 
     가사는 '계속 전진해서 적들을 소멸하고 모택동 기치를 휘날리자'는 것이다.
     
     정율성은 중국공산당과 북한을 위해 저런 군가를 수 백 곡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U1qQVvj86w0
     
       2012년 1월 16일  KBS공영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