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력파괴의 중심에 선 산업은행 첫 고졸 출신 본부장들은 사회에 첫발을 딛는 후배들에게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을 주문했다.

    `유리천장' 아래 주저앉는 것이야말로 대졸자 틈바구니에 낀 자신을 더욱 도태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이들은 경고했다.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박성명(54) 산은 부산경남지역본부장은 26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사회에 만연한 학벌 만능주의의 벽에 부딪히곤 했다"고 35년에 걸친 은행원 생활을 회고했다.

    박 본부장은 "꺾이려 할 때마다 보수적이고 단조롭다고 여겨지는 은행 일에 재미를 붙이려고 애썼다"며 "그 덕에 타성에 젖지 않았고, 새로운 도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보다 한 해 먼저 들어온 양동영(53) 호남지역본부장도 스스로 고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말라고 충고했다.

    양 본부장은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한계선을 긋는 게 최대의 적이다"며 "나름의 전공분야를 개척해 조직 내 대졸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였고, 여기서 이기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고졸 출신으로 입행한 동기 가운데 현재 남은 사람은 절반 남짓이다. 월급쟁이로서 살아남은 데 그치지 않고 대졸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첫 1급 본부장 자리를 꿰찼다.

    도전에서 승리한 또 다른 비결은 뭘까. 이들은 한결같이 `사내외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기업여신 업무를 주로 맡았던 박 본부장은 "대한민국은 세 다리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촘촘히 쌓은 고객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양 본부장은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내 평판도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산은은 최근 단행한 센터장ㆍ본부장급 이하 인사에서 지점장 20명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11명을 고졸 출신으로 채웠다.

    이들은 산은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국책은행의 틀을 깨고 좀 더 고객에게 가까이 가려면 지역 출신 고졸자나 지방대를 나온 인재를 널리 등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