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가 6월말 사퇴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차기 총재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질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경제기구이기 때문에 거물급 인사들이 차기 총재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체결로 두 국제기구가 창설된 이후 전통적으로 IMF 총재는 유럽에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맡아왔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졸릭 총재가 퇴임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차기 총재는 미국이 결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성명을 통해 "수주일안으로 세계은행을 이끌어갈 경륜있는 최적의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해 세계은행에 추가 기금을 지원키로 한 결정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은 최대 주주로서 세계은행에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발휘해왔다"며 미국의 지분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은행 총재를 미국이 차지하는 전통이 깨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당장 브라질의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이날 세계은행 총재가 신흥국에서 나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IMF와 세계은행 총재를 나눠갖는 관행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세계경제 현실은 과거와 달라졌으며, 세계은행 총재를 반드시 특정 국가 출신이 맡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새 IMF 총재를 선출할 때도 결국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총재직에 올랐지만, 그 과정에서 `유럽=IMF 총재' 구도는 깨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브라질은 중국, 러시아, 인도 등과 더불어 브릭스(Brics) 국가라는 점에서 사상 첫 비(非) 미국 세계은행 총재를 추대하기 위한 공론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형식적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사실상 강대국들의 비공식 합의를 통해 단일후보를 추대하는 전통을 밟아왔다.

    현재 차기 총재 후보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런스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거론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데 대해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의 의중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유력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클린턴 장관의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며 거듭해서 총재 이동설을 일축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차기 총재 후보와 관련, "많은 추측들이 있지만 확인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을 역임한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장은 과거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적이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임명된 졸릭 총재는 퇴임 이후 민간분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차기 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