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국가 380억 배상해야”..시행사측 승소 파산 직전 드림허브, 최악 시나리오는 피해 1, 2 대주주 코레일, 롯데개발..개발방식 놓고 대립 팽팽
  • ▲ 용산개발사업에 포함된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 용산개발사업에 포함된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국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에 380억원을 부당이득금으로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시행사와 코레일 등을 상대로 제기한 260억원대 청구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한규현 부장판사)는 7일 용산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와 대한토지신탁(주)가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시행사는 국가가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부지사용에 대한 종료통지를 받은 뒤에도 해당 토지를 권한없이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423여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국가는 드림허브와 대한토지신탁,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지상권 확인 등 260여억원대의 청구소송을 내며 맞불을 놓았으나,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가가 권한 없이 부지를 무단점유했다는 주장을 수용하며 38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이 원심대로 확정된다면 국가는 드림허브에 150억여원, 드림허브로부터 토지의 일부를 신탁받은 대한토지신탁에 230억여원을 각각 배상해야 한다.

    시행사와 한국토지신탁은 2011년 12월 코레일이 매각한 철도기지창 내 우편집중국 부지(1만8,480㎡)를 우정사업본부가 무단점유하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86년 당시 체신부는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뒤 해당 토지를 사용해왔다.

    이후 코레일은 2008년 3월 토지사용 종료를 국가에 통지하고, 해당 토지를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에 매각했다.

    그러나 드림허브는 우정사업본부가 토지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데도 불법적으로 무단점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측의 주장을 대부분 인용했다.

    한국철도공사가 국가에게 2008년 3월31일 토지사용 종료를 통보했으므로, 같은 해 4월1일부터 국가는 제3토지를 점유할 권한이 없다.
    국가는 2008년 3월 이후 이 사건 토지를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는데도 2011년 12월까지 계속 토지를 점유·사용해왔다.
    드림허브와 대한토지신탁 등에 사용이익 상당의 손해를 입혔고,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드림허브측의 소 제기를 권리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원고가 제3토지 무단점유를 이유로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소유권을 기초로 한 정당한 권리행사.
    부당이득의 액수는 이미 제공한 공탁금을 제외한 나머지 2008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월 임대료 합계액 380억여원에 해당한다.


    이날 소송에서의 승리로 드림허브는 당장 다음 달 파산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용산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30개 기관이 공동 출자한 법인이다. 이중에는 푸르덴셜(지분 7.7%) 등 외국계 투자자도 있다.

    현재 사업은 ‘개발 방식’에 대한 1, 2 대주주(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 시각차이가 너무 커 난항을 겪고 있다.

    두 대주주간 충돌의 이유는 ‘개발 방식’에 집중돼 있다.

    코레일이 ‘단계적 개발’을 고수하는 반면, 롯데 측은 통합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은 부동산 시장의 경기침체를 감안해 분양이 가능한 구역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한 뒤, 유입되는 후속자금으로 사업을 마무리 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롯데 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개발을 단계적으로 하는 경우, 사업기간의 장기화로 비용이 크게 늘어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두 주주는 주요 시설의 분양가 책정 등을 놓고도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때문에 이날 승소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드림허브가 코레일의 토지인도 지연을 문제 삼아 8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어 향후 전망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1대 주주인 코레일은 배상금이 빨리 들어오면 4월까지는 추가 자금조달 없이 드림허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다음 달 안으로 국가로부터 배상액이 들어오는 경우, 드림허브는 만기가 돌아오는 59억원에 달하는 금융이자와, 해외설계비 연체금 103억원 등을 지급할 수 있어 급한 불은 끌 수가 있다.

    자금조달을 위한 드림허브의 자구책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드림허브는 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코레일을 제외한 민간 출자사 이사 7명의 찬성으로, 토지소유권자인 코레일이 지급해야 할 대금 등 청산자산 3,073억원을 담보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제3자 배정방식의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을 의결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이미 지급한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 계약금(4,342억원)이 청산자산보다 많아 담보제공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계획의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