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크나우프·佛 생고뱅 현지 생산공장 건설·운영트럼프 희토류 눈독…美광물·건설기업 수혜 전망글로벌 기업들 '일자리·네트워크' 통해 시장 선점삼성·현대 스마티시티·원전 추진…아직 초기단계
  • ▲ 러시아군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연합뉴스
    ▲ 러시아군 포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전쟁 종전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1300조원 규모 재건시장 진출 기대감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글로벌기업들이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어 국내사들의 설 자리가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시장 특성상 프로젝트 중단, 미수금 리스크가 큰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14일 우크라이나비즈니스뉴스,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미 다수의 글로벌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EU기업들이다.

    독일 건설·건자재기업인 크나우프(Knauf)는 우크라이나에 1억5000만유로를 투자해 석고보드·건축용혼합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크나우프와 또다른 독일 건설기업인 WKB시스템즈는 건설용자재를 현지에 공급해 재건공사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건자재기업인 생고뱅(Saint-Gobain)은 현지 카르파티아 지역에 공사비 1100만유로 규모 석고혼합물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핀란드 건설기업인 페이코그룹(PEIKKO)은 수도 키이우내 빌라체르크바 산업단지에 복합구조물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Nestlé)는 4000만유로 규모 당면 생산공장을 운영중이며, 오스트리아 목재가공업체 크로노스팬(Kronospan)은 현지에서 2억유로 규모 목자재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우크라이나내 공장 건설을 통해 현지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후속사업을 위한 네트워크를도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재건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중인 기업과 해당국가 건설사들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기업은 원자력발전 등 에너지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정부는 고질적인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총 2개 원전이 건설될 예정으로 여기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AR1000 기술이 적용된다.

    향후 광물 분야에서도 미국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희토류·우라늄·티타늄 등 전략광물자원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및 안보협력 조건으로 전략광물자원인 희토류 채굴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 광물·건설기업들의 현지 진출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크라이나엔 다수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진출해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간 현지에 진출한 미국기업만 총 69곳에 이른다.
  • ▲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인해 발생한 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소방관들이 러시아군 폭격으로 인해 발생한 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도 재건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시와 스마트시티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공항 재건사업을 위해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협약을 맺었으며 미국 원전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현지 소형원자로(SMR) 건설사업을 추진중이다.

    다만 대부분 프로젝트가 MOU 등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는 만큼 국내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미국·EU기업들과 정면대결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재건시장이 열렸다'는 말들이 많은데 이미 EU나 미국기업들은 전쟁 초·중반부터 현지시장에 진출해 있었다"며 "기술력이든, 현지네트워크든 민간건설사 단독으로 EU·미국기업들과 수주전을 펼치는 것은 무리"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EU국가에 한참 못미치는 것도 수주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규모는 8억5000만달러로 14위(0.4%)에 머물러있다.

    김화랑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통상 재건사업은 무상원조 재원을 토대로 추진되기 때문에 미국·EU 등 공여국 건설사들이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는 참여할수있는 재건사업이 제한적일 수 있어 정부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등 사례를 볼 때 재건시장은 공사중단, 미수금 리스크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며 "양국 고위급간 네트워크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