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감소 효과 '미미'블랙박스 특약 가입자, 고위험 계층 많은 탓


최근 운전자들에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블랙박스가 자동차 사고를 줄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블랙박스가 자동차 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손해보험업체에 도움이 될까?

26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차량용 블랙박스 보급률은 2010년 3.8%에서 2012년 19.5%로 크게 늘었다. 
◆ 블랙박스, 교통사고 감소 효과 입증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블랙박스는 교통사고 감소에 실제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박스 설치는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사고발생 시 정확한 원인 규명을 통해 운전자의 불이익을 사전 차단, 사고처리비용 절감에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 택시의 경우 2008년 인천광역시 법인택시에 차량용 블랙박스가 처음으로 장착되기 시작했다. 2012년까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대부분의 법인택시에 블랙박스가 장착됐다.

  • ▲ 자료 : 경찰청
    ▲ 자료 : 경찰청


  • 블랙박스가 장착되기 전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법인택시에 의한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4년간 사고건수는 17.7% 감소, 사망자수는 18.9% 감소, 부상자수는 19.1% 감소효과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4.7% 증가, 사망자수가 15.2% 감소, 부상자수가 1.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블랙박스 장착이 법인택시의 사고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 손해율 감소 효과는 눈에 띄지 않아

    그렇다면 블랙박스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전체 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를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하는 손해율까지 미칠까?

    예상외로 그렇지 않았다.

  • ▲ ⓒ보험개발원
    ▲ ⓒ보험개발원

  •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블랙박스 특약 가입자는 76.3%, 미가입자는 76.3%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사고율과 평균손해액은 블랙박스 특약에 가입한 사람이 오히려 더 높게 나왔다.

  • ▲ ⓒ보험개발원
    ▲ ⓒ보험개발원

  • 블랙박스 특약 가입자의 사고율은 25.34%로 24.20%를 기록한 비가입자보다 1.14% 포인트 높았으며, 평균손해액은 가입자가 197만원, 비가입자가 188만원으로 9만원의 차이가 났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블랙박스 특약 가입자는 30대 이하 저연령, 짧은 가입경력 등 위험도가 높은 계층의 가입률이 높기 때문에 미가입자에 비해 평균 사고율과 손해액이 다소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운전자의 경우 블랙박스 특약에 가입한 경우 오히려 손해율이 미가입자보다 0.19% 포인트 높게 나오기도 했다.

    블랙박스 특약 가입자는 전체의 12.4%를 차지했으며, 온라인사(16.4%), 대형사(12.1%), 중소형사(10.0%)순으로 나타났다.

    블랙박스 특약에 가입하면 보험사별로 3~5%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만큼 오히려 보험사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블랙박스 효과, 더 지켜봐야

    그렇다고 블랙박스가 자동차 보험 손해율에 긍정적 도움을 끼치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 보급률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계층이 가입한 것은 아니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특약 가입률이 높아지면 기존의 고위험계층 위주 가입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 

    실제로 블랙박스의 자동차 사고 감소 효과가 입증된 만큼, 블랙박스 장착 차량의 증가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금 지급 규모 줄이기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손해보험 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상승으로 침통한 분위기다. 보험영업이익의 적자로 투자영업이익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보험료 인상 외엔 별다른 돌파구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다이렉트와 더케이손해보험에 이어 흥국화재도 지난 21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를 2~3% 인상하기 위한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금융 감독당국도 "자동차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보험사의 '생존을 위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블랙박스가 손보사들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