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고정금리 선호하는데…변동금리 떠민다고 해결 되나?"
  • ▲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내놨지만, 금융권이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 연합뉴스
    ▲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내놨지만, 금융권이 반응은 썰렁하기만 하다. ⓒ 연합뉴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을 27일 내놨다. 하지만 금융권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기존 대책 중 일부를 짜깁기한 '재탕' 정책을 내놓은 점, 시장 원리를 거슬러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오히려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에, 실행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 "시장원리 무시한 탁상행정... 부작용 클 것"

     

    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현재의 15.9%에서 2017년까지 40%로 높이라는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무리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널리 이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하락 추세다. 반대로 고정금리인 적격대출 금리는 상승세다.

     

    이런 탓에 고객의 눈은 변동금리로 쏠리는데, 금융당국이 시장 원리를 거슬러 과도한 목표를 잡은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은행들은 지적했다.

     

    정책 모기지 활성화로 금융사가 정부 주도 상품의 금리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디까지나 민간 영역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공공 주도로 끌려 다닌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는 목표를 위해 특정 상품의 판매 중단을 강요하는 등 '팔 비틀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은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변동성이 낮은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을 고정금리로 인정하거나, 거치기간이 짧은 대출도 비거치식 실적으로 잡아주는 등 규제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2금융권에선 아예 정부 개선안의 효과 자체에 의문을 품었다. 단기·일시상환 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라는 정부 방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에서도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보면, 가계부채비율 감소와 고정금리대출을 변동금리대출로, 분할대출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단기적으로 가계대출 부담을 안고 있는 서민들을 더 어렵게 하는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정부는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전환시키는 것이 소비자 보호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10년 간 변동금리 대출이 분명 유리했고, 세계적 유동성 과잉으로 금리인상이 크게 급격한 상승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새로 나온 대책이 과거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원장은 "바꿔드림론 등은 서민이 고율의 이자부담을 느낀다는 점에서 과거와 크게 차별성이 없고 구체적 실행 대안 없다."며 "실행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방향성은 맞지만..."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개선의 필요성에만 공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밝혀 시장에 신호를 준 것은 의미가 있다"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16년부터 정책금리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보면 고정금리 대출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부 사항을 뜯어보면 한계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계층이 금리가 낮은 은행권에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가속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김 교수는 "비은행권에 취약계층 대출자가 몰려 있어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대출) 규모만 축소하면 풍선효과 때문에 서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액 증가율을 낮추고자 금융기관이 대출을 자제하도록 하면 피해는 저소득층에 돌아간다"며 "2금융권과 사금융으로 떠밀린 저신용자의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시행된 이후 비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하려고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출자를 하는 등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은은 경제 전체를 보면서 보편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데 주금공 추가 출자 등은 신용정책"이라며 "정부가 한은에 돈을 대라고 하는 것은 '한국식 관치금융'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 ▲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