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영업정지 당시 LGU+ 최초 출시후 KT·SKT 따라와
비슷한 상황·방법으로 내용까지 흡사해

  • 사업정지를 당한 이통3사가 최근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데이터 중심으로 휴대폰 이용 패턴이 전환되고 있는 요즘,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 출시는 획기적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요금제가 아니었다.
     
    약 1년 전 현재와 비슷한 상황으로 과도한 불법 보조금으로 영업정지를 받은 이들은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요금제 출시 환경도, 순서도 비슷했다.

     

  • ◆ 영업정지 이통3사, 2013년 1월 데칼코마니 

당시 가장 먼저 영업정지에 들어간 LG유플러스가 영업재개를 앞두고 LTE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어 KT가 당일 저녁 그리고 다음날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와 비슷한 내용의 요금제를 선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SK텔레콤은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통3사가 내놓은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는 '꼼수'라는 논란이 일었었다. 데이터 무제한이라고 하기에는 월 일정 기본 데이터 제공에 일 추가 제공량 3GB로 한정시켰고 이를 넘어설 경우 속도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루 3GB 기준량을 초과하면 9만원 이하 요금제의 경우에서는 400kbps, 이상 요금제에서는 2Mbps로 속도를 제한했다. 때문에 이론상 LTE 최대 다운로드 속도인 75Mbps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트래픽 폭증을 우려해 데이터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던 때였다. 그런데 LG유플러스가 해당 요금제를 갑자기 출시했고 이를 비난하던 타 사업자들도 곧이어 허겁지겁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때문에 각 사의 특성 없이 남 따라하기 급급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실제 요금제를 비교해보면 3개 사업자의 요금제가 너무나도 흡사했다.

  • 최근 이통3사에서 내놓은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 역시 서로 비슷하다. LG유플러스 출시 이후 재빨리 각 사에서 내놓은 요금제는 24개월 약정할인을 받으면 6만원대 요금이라는 것과 데이터 기본제공량, 일 사용량도 비슷하다.

  • LG유플러스만 기본제공량 없이 일 사용량을 2GB로 한정하고 이상 사용할 시 3Mbps로 속도를 제한한다. 

    SK텔레콤과 KT 역시 일 사용량은 2GB이며 그 이상 초과할 시 KT는 3Mbps 수준으로, SK텔레콤은 망 상황에 따라 속도를 제어하겠다고 밝혔다. 

    ◆ 늘어나는 LTE 가입자, 증가하는 트래픽…요금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 말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 출시 이후 약 1달이 지난 3월 데이터 트래픽량은 4만503 TB로 증가했다.  

    이후 LTE-A 도입으로 또 1만 TB 증가해 7월에는 5만344 TB, 지난 12월에는 이보다 1만 TB 증가한 6만1197 TB를 기록했다. 

    또한 헤비유저별 트래픽 현황(분기별 공개)을 봤을 때도 작년 1분기에는 LTE를 이용하는 상위 10% 이용자가 차지하는 트래픽이 1만4597 TB 수준이었으나 LTE무제한데이터 요금제 출시 이후 2분기에 1만 8207 TB로 증가했으며 LTE-A 기술까지 도입되면서 4분기에는 2만4941 TB로 증가했다. 

    심지어 LTE가입자는 작년 2월 1867만5590명에서 지난 2월 3034만9669명으로 크게 늘었다. 

    작년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비교하면 일 사용량은 3GB에서 2GB로 줄고 초과시 제한 속도는 400Kbps, 2Mbps에서 3Mbps로 늘었다. 

    이를 볼 때, 이번 이통3사가 내놓은 요금제 역시 사업정지 철퇴를 맞은 이통3사가 지난해 꼼수라 비난 받았던 행동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75Mbps의 LTE가 주였다면 이제는 LTE-A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150Mbps의 속도는 기본, 더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 추가 제공량은 되려 1GB 줄었고 속도 제한은 겨우 1Mbps 늘었다. 

    이렇듯 LTE가입자수와 그에 따른 트래픽량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무제한'이라는 명목아래 내놓은 요금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유무선 음성 통화 무제한 요금제가 도입되면서 이번 요금제에 유무선 음성통화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에 비해 월 기본 데이터 제공량도, 일 추가 데이터도, 데이터 속도 제한 수준은 제자리 걸음이다.

    ◆ "고객 위한 투자, 요금 혁신?" 진심 보여야…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 출시 당시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보조금 연간 8조원 쓰던 것을 서비스에 투자했다"며 "지리하고 짜증나는 보조금 경쟁에서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 경쟁으로 바꿔 실 부담금 6만원대로 음성뿐 아니라 문자, 무엇보다 미디어를 마음놓고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윤원영 마케팅 본부장은 "'데이터 해방'을 축으로 한 이번 요금제 혁신은 요금 부담을 낮추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늘어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모바일 생활 전반을 혁신함으로써 ICT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각 대표들이 나와 이번 요금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지만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아울러 올해는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24개월 약정할인 요금을 내세워 실 부담금이 6만원대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신규 단말기 구매 시 마치 '보조금'인 것 처럼 종종 둔갑하는 요금이다. 많은 대리점에서 단말기 가격에서 24개월 동안 약정할인으로 받는 금액을 모두 합한 금액을 뺀 다음 한 달에 내야 할 납부 금액이 적어진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신 단말기를 구매하게 되면 이 요금제에서 강조하는 24개월 약정할인 금액은 단말기를 싸게 보이는데 이용될 뿐 실제로 한 달에 총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출고가가 저렴한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는 한, 기존 사용하던 단말기로 해당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는 한 싸지 않다. 

    결국 이통3사가 자랑하듯 내놓은 LTE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영업정지로 인한 신규 수요창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해 보인다. 

    이번 요금제가 많은 고객들이 애용해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고 기존 서비스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 서비스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면 각 통신사는 매출 감소에 대한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이통3사 주가는 하락기조를 보이기도 했으며 증권가에서는 이번 요금제 출시에 대해 '제살깍기', '과당경쟁'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중 8만원대 이상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는 3~4%로 이들이 모두 8만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쓰게 되면 연간 매출액은 1%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서비스 차별이 없고 요금마저 동일하다면 요금제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 업종 투자심리는 악화될 공산이 높다"며 "신규 가입하는 고객들이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한다면 통신사 매출 증가 속도는 빨라질 수 있으나 기존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따져봤을 때 요금제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작년에 출시한 LTE데이터무제한 요금제는 3개월 프로모션으로 진행, 소리없이 마무리 된 바 있다. 

    이러한 평가들을 종합해 볼 때 이통3사가 이번 요금제를 '지속' 할 지 시장 상황과 매출 상황에 따라 '몇 개월 프로모션'으로 전락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