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고가격고시제' 폐지 후 고도화설비 등 11조 투자세계 최고 규모 및 경쟁력, 품질 기반 마련
  • 지난 1964년 4월1일 일일 3만5천배럴의 정제능력으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유공)은 인천석유화학 포함 111만5천배럴이 넘는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울산 공장의 84만배럴의 경우 단일규모 세계 2위를 자랑한다.

    또 1969년 3월15일 6만배럴로 시작한 GS칼텍스(호남정유)는 77만5천배럴, 1980년 5월6만배럴로 시작한 에쓰-오일(쌍용정유)의 정제능력은 66만9천배럴로 커졌고, 현재 제2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39만배럴의 정제능력을 53만배럴까지 확대키로 결정하고 투자를 진행중이다.

    사실상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세계적으로 드문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수조원대의 비용이 투입되는 고도화설비를 잇따라 확충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에너지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중국 등 극동아시아, 동남아는 물론, 호주, 남미 등으로 수출대상국을 늘리고 있다. 현재 정유4사의 수출국가는 50여개국에 달한다. 가격은 물론 품질까지 보증할 수 있다 보니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 ▲ @산업통상자원부
    ▲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제품은 최근 3년 연속 수출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 1,2위를 다투는 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초 산업통산자원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528억달러로, 지난 2011년 516억 달러, 2012년 516억 달러에 이어 3년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4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10년도 되기 전 5배 이상 그 규모가 증가할 만큼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반도체에 수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3년 누적기준으로는 여전히 1위를 기록하며 수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수출품목의 큰 기둥을 담당하는 석유제품은 국내 정유4사의 대규모 투자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정유4사의 투자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정부의 규제가 풀린 직후였다.

    1997년 이전까지 정부는 '가격고시제'를 통한 개입으로 정유사의 석유 및 석유제품 마진을 확보해줬다. 휘발유와 경유는 물론, 원유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품질의 벙커C유 등 저가 제품에 대한 마진까지 정부가 나서 관리해주다 보니, 정유4사가 나서서 대규모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가격고시제' 시행 당시에도 정부는 국내 정유사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인센티브 및 세제 혜택 등을 제안했지만 정유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7년 정부가 '가격고시제'를 폐지하자 정유4사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당시 IMF가 터지며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 제품의 가격이 요동쳤지만 국가에서 석유제품에 대한 마진을 보장해주지 않다보니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정유4사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들여 고도화 시설에 투자하는 한편 내수 위주의 산업을 수출 위주의 산업으로 재편하며 수출국 다변화에도 힘쓰기 시작했다.

    정유4사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중질유 분해·탈황 시설과 석유화학제품 생산 시설을 꾸준히 증설해왔으며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 및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고도화시설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벙커C유와 아스팔트 등의 중질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나 경유로 전환하는 설비로 중질유에 수소를 첨가해 등유와 경유를 만들어내는 수소첨가분해공정(HCR: Hydrocracker)과 촉매반응으로 중질유를 휘발유로 분해하는 유동층촉매분해공정(FCC: Fluid Catalytic Cracking Unit)으로 구분된다.

    탄소배출이 많은 중질유를 고품질의 경질유로 바꿔주기 때문에 친환경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첨단설비다. 고도화 설비는 부가가치가 높은 대신에 동일한 규모의 원유정제시설 투자비의 10배 정도가 소요될 만큼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정유4사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11조3869억원을 들여 중질유 분해·탈황시설 및 석유화학제품 생산 시설에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분야에 R&D 및 투자를 지속중이다.

    △SK이노베이션


  • ▲ SK이노베이션 FCC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FCC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현재 3개의 고도화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도화 설비 전처리 공정인 RHDS에서 고도화 설비와 같은 역할(약 4만배럴)을 일부 수행해 하루 22만7000배럴의 중질유를 고부가가치의 경질 석유 제품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올해 제1 RFCC 시설 공정 개선을 통해 일일 23만2000배럴로 고도화 처리규모를 증대시킨다는 목표다.

    특히 1992년 국내 최초로 완공된 제1중질유분해공장(HOU)은 정유공장에서 공급되는 상압잔사유를 감압증류시켜 수소첨가 반응으로 경질유분(프로판, 부탄, 나프타, 등유, 경유) 및 중질유분(저유황 B-C)을 생산한다. 특히 HOU 공정에서는 경유제품 4만5000배럴(일일)과 함께 아스팔트, 윤활기유 등도 일부 생산하고 있다.

    1997년 가동을 시작한 제1 RFCC 시설은 벙커C유에 촉매를 첨가해 분해과정을 거쳐 고가의 휘발유 및 프로필렌 등 경질 올레핀 제품을 만들어 하루 5만7000배럴을 생산한다. 2008년 6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 제2 RFCC 시설은 지난해 Revamp(공정개선)를 진행해 현재 하루 8만5000배럴 규모의 중질유를 고부가가치의 경질 석유 제품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SK에너지는 2015년까지 고도화 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2조1658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

  • ▲ GS칼텍스 RFCC 공장 전경 ⓒGS칼텍스
    ▲ GS칼텍스 RFCC 공장 전경 ⓒGS칼텍스


    GS칼텍스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약 10조 이상의 금액을 정유 및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의 생산시설에 투자했다. 특히 2004년부터 고도화시설에 집중했으며, 이 금액에는 제2, 3, 4 중질유분해시설에 대한 투자금액 5조원이 포함 돼 있다.

    2007년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한 GS칼텍스의 제2 중질유분해시설(HOU)은 부지 내에 감압증류시설과 수소첨가탈황 분해시설, 윤활기유 생산시설, 황회수시설, 수소생산 시설, 동력시설 등을 포함해 하루 6만1000배럴의 석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3 중질유분해시설(HOU)은 하루 6만 배럴의 중질유 탈황분해시설을 비롯, 수소생산시설, 황 회수시설, 유틸리티 시설 등 포함하고 있으며 제4 중질유분해시설(HOU)은 감압경유(VGO)를 촉매 분해해 경질유를 생산하는 설비. 휘발유 탈황시설, 알킬레이션 등을 포함해 하루 5만3000배럴의 석유 제품을 생산한다.

    △에쓰-오일(S-OIL)

  • ▲ 에쓰-오일 온산공장 전경  ⓒ에쓰-오일
    ▲ 에쓰-오일 온산공장 전경 ⓒ에쓰-오일


    현재 에쓰-오일은 하루 약 15만 배럴 수준의 고도화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원유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벙커C유를 전량 재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에쓰-오일은 1991년에 사우디 아람코와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중질유 분해 탕활시설(BCC) 건설을 시작했다. BCC 건설은 7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외환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1997년 4월에 1조원의 투자비가 투입된 1차 고도화 투자를 마무리했다.

    이어 자일렌센터, 제2 벙커C탈황시설의 완공 등으로 총 1조5000억원 이상이 투입하면서 에쓰-오일 고부가가치제품의 본격적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에쓰-오일은 내수산업으로 인식되던 국내 석유산업의 기존관념에서 과감히 탈피해 가동 초기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한 결과, 수출과 내수의 조화를 통해 국내외 영업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으며 실제 매년 생산물량의 60%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또한 에쓰-오일은 2011년 1조3000억 원을 투자한 온산공장을 완공해 단일 공장 세계 최대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시설(연산 180만톤)을 보유해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연간 30만톤이던 벤젠 생산시설도 60만톤 규모로 확충했다. 이로써 에쓰-오일 정유부문, 윤활부문에 이어 석유화학부문까지 사업영역의 모든 부문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 ▲ 현대오일뱅크 FCC 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 현대오일뱅크 FCC 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2조6000억원을 투입해 2011년 9월, 대산공장에 제2고도화 설비를 준공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6만8000배럴 규모의 수소첨가분해공정(HCR)인 제1고도화시설과 함께 5만 2000배럴의 제2고도화시설을 준공함으로써 전체 일일 원유처리량 39만 배럴중 12만 배럴의 고도화가 가능해져 업계 최고인 34.4%의 고도화율을 달성했다.